세계 최대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가 100% 재활용 금속 사용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주얼리 시장에 지속가능성 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는 하나의 기업에서 진행하는 환경 운동을 넘어 소비자의 가치관 변화와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판도라는 23일(현지시각), 모든 주얼리 제품에 100% 재활용 금과 은만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0년에 세운 목표를 2년 앞당겨 달성한 것으로, 연간 58,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11,000가구의 연간 전기 사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러한 변화는 주얼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소비자의 73%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주얼리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주얼리 산업이 환경친화적인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글로벌 주얼리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2,78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해 4,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지속 가능한 주얼리 시장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지속 가능한 주얼리 시장이 연평균 9.8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판도라의 이번 결정은 주얼리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티파니, 카르티에 등 유명 브랜드들도 지속 가능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소 브랜드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재활용 금속 공급업체들과 친환경 인증 기관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재활용 금속의 대량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문제,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광산 노동자들의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금 공급의 약 25%가 재활용 금에서 나온다. 주요 주얼리 브랜드들이 재활용 금속 사용을 확대할 경우, 단기적으로 수요 증가로 인한 가격 상승 압력이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금 가격이 온스당 2,0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재활용 금에 대한 수요 증가도 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 명이 소규모 광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중 대다수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재활용 금속 사용 확대로 인한 신규 채굴 수요 감소는 이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은행은 이 변화로 인해 향후 10년간 개발도상국에서 약 100만 개의 광산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더욱이, 재활용 금속의 대량 사용을 위해서는 효율적 수거 및 정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맥켄지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주얼리 산업의 재활용 금속 처리 능력은 수요의 약 60% 수준에 그치고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주얼리 산업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주얼리 시장 규모는 약 8조 원으로 추정되며, 이 중 친환경 주얼리 시장은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얼리 산업도 이러한 글로벌 지속 가능성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도 친환경 및 윤리적 소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들은 재활용 금속을 활용한 제품 라인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기업의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국내 주얼리 기업도 친환경 생산과 윤리적 조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이는 향후 한국 주얼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변화는 주얼리 산업을 넘어 산업 전 분야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과 은은 전자제품, 의료 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는 만큼, 재활용 금속에 대한 수요 증가는 관련 산업 전반의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판도라의 100% 재활용 금속 사용 선언은 주얼리 산업의 지속 가능성 혁명을 알리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맞물려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주얼리 기업들은 환경친화적 생산 방식으로의 전환과 동시에 윤리적 소싱, 투명한 공급망 관리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