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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기차 견제, 테슬라 발목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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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기차 견제, 테슬라 발목 잡을 수도

“바이든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재편 예고”

미국의 중국 전기차 규제가 불러올 파장.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중국 전기차 규제가 불러올 파장. 사진=로이터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부품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제조된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칙을 제안했으며, 이는 중국의 저가 전기차가 미국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고 28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표면적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1위의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쟁사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 중국은 테슬라의 두 번째로 큰 시장이자 가장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전기차 부품 규제 조치에 대응해 중국도 보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입 제한,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 자국 전기차 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 등을 구사할 수 있다.

이 조치가 실행될 경우,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4년 1분기 테슬라는 중국에서 약 13만 대를 판매했는데, 전문가들은 중국의 보복 조치 강도에 따라 테슬라의 중국 내 판매량이 10~30%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연간 과거 판매량을 기준으로 6만~18만 대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테슬라는 내부적으로 중국 내 연구개발 센터 확대, 현지 공급망 강화, 신모델 출시 등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인도, 동남아 등 신흥 시장 진출을 확대해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전망은 상당히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미중 무역 갈등의 향후 전개,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 그리고 테슬라의 대응 전략 등이 향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테슬라의 유연한 전략 수립과 실행이 향후 중국 시장 성과를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 보호무역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국에서 조달하던 부품의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의 중국산 부품 의존도는 큰 편이다. 상무부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 부품 총액은 약 18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미국 자동차 부품 총 수입액의 약 15%를 차지한다.

이 중 새로운 규제 대상이 되는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관련 부품의 정확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전체의 20~3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즉, 약 36억에서 54억 달러 규모의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부품들을 즉각적으로 대체할 공급처 확보 역시 쉽지 않다. 주요 대안으로는 국내 생산 확대, 멕시코나 동남아로부터의 수입 증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 단기간에 중국의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충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용 상승 측면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최근 분석에 따르면, 공급망 재편으로 인해 자동차 1대당 생산 비용이 평균 3~5%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로 새로운 공급업체 발굴, 품질 관리, 물류비용 증가 등에 따른다.

공급망 혼란과 관련해서는, IHS 마킷의 보고서가 주목할 만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최소 18~2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에 일부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알리안츠(Allianz)의 최근 경제 보고서는 공급망 재편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연간 생산량을 5~7%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약 50만~70만 대의 생산 감소를 의미하며, 산업 전반에 상당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 진입이 차단됨에 따라 미국 전기차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비자 선택 폭을 줄이고 전기차 보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한국 전기차 기업에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은 중국 경쟁사의 미국 시장 진출이 제한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몇 가지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 역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배터리나 반도체와 같은 핵심 부품의 공급망에 대한 규제가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중국의 보복 조치가 한국 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이 한국산 배터리나 부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조치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기술 발전과 경제력 확대를 자국 안보에 큰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정책 변화가 전기차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단기적으로 미국 전기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할 수 있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