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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AI 투자로 '포스트 오일 시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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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AI 투자로 '포스트 오일 시대' 대비

생산 효율 증대, 경제 다각화, 사회 문제 해결... AI가 이끄는 미래

중동, 오일달러를 AI 투자로 전환 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동, 오일달러를 AI 투자로 전환 중. 사진=로이터

뜨거운 사막의 모래 위에 세워진 첨단 도시 두바이. 이곳에서 열린 '중동 AI 포럼'에서는 석유 생산국들의 AI 기술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들은 막대한 석유 자본을 기반으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이들은 AI 기술이 석유 중심 경제를 다각화하고, 에너지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는 2017년 세계 최초로 AI 장관을 임명하며 AI 기술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중동 지역의 투자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ID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AI 시스템 지출이 2023년에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32%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AI 투자성장률을 상회한다.

특히,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지역 AI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PwC의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중동 지역의 AI 기여도는 GDP의 1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약 3,200억 달러에 해당하는 규모다.

향후 투자 전망을 보면, 중동 국가의 AI 투자는 더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400억 달러 AI 펀드와 UAE의 300억 달러 규모 데이터 센터 투자 계획은 이 지역 AI 투자가 향후 5년 안에 1,0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임을 시사한다.

구체적 투자 계획을 보면, 올해 3월에는 아부다비 정부가 AI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기술 투자 회사 MGX를 설립했다. MGX는 미국 자산 관리 회사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데이터 센터 및 관련 인프라 구축에 300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AI 기술 투자에 적극적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를 세계적인 AI 허브로 만들겠다"라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하며, 400억 달러 규모의 AI 펀드 조성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는 이미 AI 기술을 도입하여 석유 탐사, 시추, 시설 유지 관리 등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은 AI 기술 투자를 통해 '오일 머니'를 'AI 머니'로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AI 기술은 석유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여 비용 절감 및 생산량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의료,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산업 및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중동은 풍부한 자본과 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 및 AI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렴한 에너지 비용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중동 지역을 AI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된다.

AI 기술은 중동 산유국들이 직면한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 사이버 보안 강화, 의료 서비스 개선 등 AI 기술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AI 기술을 통해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경제 구조를 구축하고, 사회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AI 산업 경쟁 심화 측면에서, 중동의 막대한 자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AI 기술 개발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는 글로벌 AI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동시에, 기존 AI 강국들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데이터 센터 시장은 중동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건설되면서 글로벌 데이터 센터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센터 관련 산업의 지형 변화는 물론, 데이터 주권 확보 경쟁도 심화될 수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 효율성 증대는 석유 공급 증가로 이어져 국제 유가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중동의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중동의 AI 기술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데이터 센터 구축, AI 솔루션 개발, 인력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동의 AI 산업 성장은 한국 AI 산업의 경쟁자 출현을 의미하기도 하다. 기술 경쟁력 강화 및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에너지 수입 측면에서는 중동의 석유 생산량 증가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중동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