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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세계 무역·경제 구조 변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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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세계 무역·경제 구조 변화 전망

인구 통계학적 변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 전환 촉발

고령화가 세계 경제질서를 바꾸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고령화가 세계 경제질서를 바꾸고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는 전례 없는 인구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는 글로벌 무역과 경제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유엔(UN)의 '세계 인구 전망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현재 10%에서 약 16.9%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22년 보고서의 예측치를 상회하는 수치로, 인구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단순히 사회 구조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와 무역 패턴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1일(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전 세계가 직면할 미래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출생률은 1.26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세계은행(World Bank)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1년 기준 28.9%에 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령화 사회로의 전환은 소비 패턴의 변화를 수반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고령 인구 증가는 의료 서비스, 장기 요양 서비스, 그리고 고령자 친화적 제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한다. 반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무역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상품 무역액은 22조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이 구조는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의료 기기 및 의약품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하여 657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이다.

한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동화 및 로봇 산업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51만7385대를 기록했다. 이는 노동력 부족을 겪는 고령화 국가들이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화에 더욱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 무역, 특히 원격 의료 서비스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26.5% 성장하여 191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 필요성이 결합된 결과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 간 경쟁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아프리카 같이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진 지역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15~35세 인구는 2050년까지 현재의 2배인 8억3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아프리카가 글로벌 노동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의 정책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퍼스펙티브 50플러스' 프로그램을 통해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장려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재고용법'을 통해 62세 이상 근로자의 재고용을 의무화했다. 일본의 경우 '일억총활약사회' 정책을 통해 노인과 여성의 노동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최근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령화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연금 부담 증가, 생산성 저하, 경제 성장 둔화 등은 주요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동시에 실버 경제의 성장, 의료 기술의 발전, 새로운 소비 시장의 창출 등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에 따르면, 60세 이상 소비자 그룹의 소비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소비 증가분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는 '파트너 로봇' 사업을 통해 고령자 보조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의 아마존은 '알렉사 케어 허브'를 통해 고령자 원격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필립스는 고령자를 위한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여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고령화로 인한 연금 및 의료 비용 증가가 많은 국가들의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응, 각국 정부는 은퇴 연령 상향 조정, 이민 정책 개혁,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투자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는 글로벌 경제와 무역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도전이자 기회이다. 변화하는 인구 구조에 맞춰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며,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미래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 의료 기술, 자동화 솔루션, 고령자 친화적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젊은 노동력을 보유한 개발도상국들의 역할도 더 중요해질 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에 대한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은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