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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거물 벤 호로비츠, 해리스 대선 캠페인에 거액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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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거물 벤 호로비츠, 해리스 대선 캠페인에 거액 기부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정치적 선택, 기술 정책에 큰 영향



호로비츠, 실리콘벨리 투자가의 후보 지지 변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로비츠, 실리콘벨리 투자가의 후보 지지 변경. 사진=로이터

실리콘밸리의 정치적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벤처 캐피털의 거물 벤 호로비츠가 있다. 최근 호로비츠가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상당한" 개인 기부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은 기술 업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그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실리콘밸리의 복잡한 정치 역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5일(현지 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벤 호로비츠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그가 공동 창립한 벤처 캐피털 회사 안드레센 호로비츠(Andreessen Horowitz)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2009년 설립 이후, 이 회사는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리프트, 코인베이스 등 수많은 성공적인 기술 기업에 초기 투자를 했으며, 현재 35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호로비츠의 결정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실리콘밸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의 결정 배경에는 해리스와의 오랜 개인적 친분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 정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공존한다. 호로비츠는 해리스를 "10년 이상 알고 지낸 좋은 친구"라고 언급하면서도,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가 "업계 전반에 걸쳐 기술 정책에 대해 이례적으로 파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직면한 개인적 관계, 정치적 신념, 비즈니스 이익 사이의 복잡한 균형을 잘 보여준다.

호로비츠의 결정 변경이 갖는 함의는 크다. 첫째, 이는 실리콘밸리 내부의 정치적 다양성을 드러낸다. 한때 민주당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이 지역이 이제는 정치적으로 양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기술 정책의 중요성을 부각한다. 호로비츠는 해리스와의 대화에서 "리틀 테크 어젠다"에 대해 격려를 받았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기술 정책이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정치적 결정에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셋째, 개인의 정치적 표현과 기업의 중립성 사이의 긴장관계를 보여준다. 호로비츠는 개인적으로는 해리스를 지지하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여전히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실리콘밸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있다.

과거 실리콘밸리는 혁신과 개방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인해 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개인정보 보호, AI 윤리, 암호화폐 규제 등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늘어나면서 일부 기술 기업가들의 불만이 커졌다. 이는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일부 기술 기업가들은 이에 반발해 공화당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인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삼았다. 그들은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적 정책을 약속하며 실리콘밸리의 지지를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와 AI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혁신 우선' 정책을 강조하며 기술 기업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실리콘밸리 내부의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호로비츠의 결정은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나온 것으로, 실리콘밸리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한다. 여전히 많은 기술 기업가들과 직원들은 기후 변화, 사회 정의, LGBTQ+ 권리 등의 이슈에서 민주당의 가치관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규제 완화와 혁신 우선 정책을 강조하는 공화당 쪽으로 기운 이들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분열은 실리콘밸리의 투자 전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확실한 규제 환경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이지만, 다른 이들은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규제 완화를 예상한 투자자들은 핀테크나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호로비츠의 해리스 지지로 인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대선 결과에 따라 실리콘밸리의 투자 지형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친환경 기술이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화당이 승리하면, 규제의 틀에서 벗어난 혁신적 기술 기업들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정치적 분열은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과 규제 정책이 일관성을 잃으면 장기적인 기술 발전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미국 기술 산업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호로비츠의 해리스 지지 결정은 단순한 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넘어 실리콘밸리의 복잡한 정치적 지형과 미래 전망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는 기술과 정치의 관계,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 그리고 개인의 정치적 표현과 기업의 중립성 사이의 긴장 관계 등 다양한 이슈를 제기한다. 앞으로의 대선 과정에서 이러한 이슈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그 결과가 실리콘밸리와 미국 기술 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