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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문제, 대선 핵심 쟁점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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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문제, 대선 핵심 쟁점으로 부상

주택문제, 이민이 근본적 원인 아니라 종합적 진단 필요

이민과 주택문제 상관성 낮아.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민과 주택문제 상관성 낮아. 사진=로이터

미국의 주택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23년 하버드 대학교의 '미국 주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의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20.6% 상승했으며, 임대료는 12% 증가했다. 이는 지난 30년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한, 미국 인구의 약 3분의 1이 주거비 부담을 겪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의 5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주택 시장의 불안정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한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는 이민자 유입이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주택난을 감안한 발언이지만, 다분히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익을 위한 공세일 수 있다.

이 문제는 밴스의 주장처럼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양상을 보이며, 이민과 주택 가격의 관계를 다룬 학술적 연구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고 3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연구는 이민자 유입이 주택 가격과 임대료를 상승시킨다고 주장한다.

2007년 사이즈(Saiz)의 연구에 따르면, 도시 인구의 1% 증가에 해당하는 이민자 유입은 평균 임대료와 주택 가치를 약 1%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연구들은 이민이 주택 가격을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5년 사(Sa)의 영국 데이터 분석 결과, 이민자 유입은 고임금 원주민 이주를 야기해 오히려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처럼 상반된 연구 결과는 이민과 주택 시장의 관계가 단순한 수요-공급 모델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민자들은 주택 수요자인 동시에 주택 공급의 주요 노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공급 부족은 오히려 건설 노동자 부족, 특히 이민자 노동력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더불어 이민의 영향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이민자들은 주로 임대 주택을 선호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주택 구매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임대료 상승을,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이민자들은 같은 출신 국가나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정착하는 경향이 있어, 밀집 거주 지역의 주택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이민이 주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더욱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민자 수와 주택 가격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특성, 이민자의 특성(교육 수준, 직업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현재 미국의 주택문제는 이민과 같은 인구 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적, 정책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예를 들어 저금리 정책, 건설 규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주택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상승시키는 데 기여했다. 따라서,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민 정책과 함께 주택 공급 확대, 저렴한 주택 건설 지원, 임대료 안정화 정책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편, 현재 주택문제는 당장 미국 대선에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한 상태이다.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주택문제에 대해 어떤 해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단순한 이민 제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후보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100만 가구의 저렴한 주택 공급,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한 세금 공제 확대, 임대료 상승 제한 등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보조금 확대와 함께 도시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방정부의 토지이용 규제 완화, 건설 허가 절차 간소화, 국경 장벽 건설을 통한 불법 이민 차단 등을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의 상반된 접근법은 선거 과정에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62%가 주택문제를 '매우 중요한' 선거 이슈로 보고 있다. 해리스의 정책에 대해 48%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45%가 긍정적 반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정책 모두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택문제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어느 한 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주택 시장의 불안정은 건설업, 부동산업, 금융업 등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해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반면, 저렴한 주택 공급이나 주택 개선 사업에 특화된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주택문제는 단순히 이민만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사회경제적 현상이다. 이에 대한 해법 역시 이민 정책, 주택 정책, 경제 정책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