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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중국 의존도, 미국 방산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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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중국 의존도, 미국 방산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부상

가성비 추구가 국가 안보 위협으로...공급망 재편 긴급

미국 방산, 중국 의존 심해, 위기 경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방산, 중국 의존 심해, 위기 경고. 사진=로이터

미국 방위 산업이 중국 부품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해온 중국의 높은 가성비 부품들이 미국 방산업체들의 생산 과정을 장악하면서, 이제 그 의존도가 안보 문제로 직접 비화될 정도라고 최근 월스트리트가 보도했다.

이는 단순히 방산산업의 문제를 넘어 자유 진영 전체의 제조 기반 약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규모와 그 안에서 중국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방산 시장 규모는 약 2조2400억 달러에 달했다. 이 거대한 시장의 생산 과정에서 중국의 소재, 부품,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방산 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코발트, 흑연 등의 정제 과정에서도 중국이 60~80%의 점유율을 보인다. 드론과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시스템에 필수적인 반도체 부품도 중국이 글로벌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방산산업의 핵심 부품들이 얼마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이는 곧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큰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체들은 드론에서 선박,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무기 체계의 핵심 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모터, 센서, 희토류 등 첨단 무기 시스템에 필수적인 요소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어, 이는 워싱턴에서 더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

이 상황은 특히, 방위 기술 스타트업들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들은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면서도 동시에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국방혁신부대의 트렌트 에메네커는 "우리는 기업이 중국에 의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 정부와 업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기업들은 동남아나 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부품을 자체 제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국내 제조업 부활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자석과 같은 특수 소재의 경우,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체재를 찾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미국 방산산업의 취약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위기 상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더욱 부각하였다. 우크라이나군이 중국산 드론과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시 상황에서 적대국에 기술 의존도가 얼마나 위험한지가 명확히 드러났다.

이 문제는 단순히 방산산업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재편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 국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프렌드쇼어링'이나 '니어쇼어링'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맹국이나 가까운 지역으로 공급망을 옮기는 전략이다.

변화 속에서 수혜를 볼 기업들도 나타날 것이다. 특히, 미국 내 방산 부품 제조업체들과 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남아나 멕시코 등지의 제조업체들도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방산산업의 중국 의존도 문제는 방산 강국을 꿈꾸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방산산업 역시 중국산 소재, 부품, 장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미국과 유사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 방산 기업들의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일부 전자부품, 특수 소재 등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한국 방산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한국 정부는 방산 부품 국산화를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에는 R&D 투자 확대, 관련 중소기업 육성, 국산화 성공 기업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한국은 미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신뢰할 수 있는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미국 방산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과 생산 차질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방산산업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과 미중 갈등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