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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한 고소득 헨리(HENRY)족, 美 대선 경제정책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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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팍팍한 고소득 헨리(HENRY)족, 美 대선 경제정책에도 '영향'

고소득층 소비 위축 우려, 경제 성장과 대선에 영향 주나?

물가로 고통받는 미국 중산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물가로 고통받는 미국 중산층. 사진=로이터
미국의 체감 물가 상승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고소득층조차 재정적 압박을 호소하는 'HENRY(High Earner, Not Rich Yet)·헨리'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개인 문제를 넘어 미국 경제 전반, 특히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30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정책 우선순위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HENRY족 등장은 현대 사회에 '부유함'의 정의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봉 약 2억7000만 원(2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압박을 느끼는 이들의 존재는 주택, 교육, 의료 등 필수 생활 비용의 급격한 상승과 높아진 사회적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들이 느끼는 재정적 압박의 원인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 미국 사회의 여러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우선,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다. 미국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주택 가격이 소득 증가율을 크게 상회하며 상승해왔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는 연봉의 10배가 넘는 주택 가격이 일반화되어 있어, 고소득자조차 주택 구입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소득의 상당 부분이 주택 임대료 지불로 나가면, 실제 생활비는 확 줄어든다.

교육비도 HENRY족을 압박한다. 사립학교 등록금은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의 두 배 이상으로 올랐으며, 대학 학비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자녀 교육 투자가 미래 성공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면서, 많은 부모가 고액의 교육비를 감당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도 부담이다. 고소득 직업을 얻기 위해 투자한 교육비용이 장기적인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비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의료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고소득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의료비 지출이 가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기대와 압박도 HENRY족의 지출을 늘린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해외여행, 최신 전자기기 구매 등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타인의 호화로운 생활이 더 쉽게 노출되면서, 압박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끝으로, 은퇴 준비에 대한 부담도 간과할 수 없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노후 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더 많은 저축이 필요해졌다. 이는 현재의 생활 수준과 미래를 위한 준비 사이에서 HENRY족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HENRY족의 재정적 압박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비 위축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감소하면, 이는 전반적인 경제 성장률 둔화로 직결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 고급 레스토랑, 여행 산업 등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까지 위축시킬 수 있는 도미노 효과가 우려된다.

주택 시장에서도 HENRY족의 구매력 감소는 중고가 주택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부동산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효과를 낳을 것이며, 건설업, 인테리어 산업, 가전제품 산업 등 연관 산업의 동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우려는 3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보들은 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경제적 압박 완화를 위한 정책이 부상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 진영은 중산층 세금 감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간 소득 40만 달러 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대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정책에 있어서 첫 주택 구매자에게 최대 1만5000달러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어, HENRY족의 주택 구매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교육 분야에서 해리스 진영은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 무상화와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HENRY족 중 많은 이들이 겪는 학자금의 대출 부담을 직접 해소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의료 부문에서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통해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려는 정책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은 시장 중심 해결책과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금 정책에서 2017년 실시한 세금 감면 정책을 유지하고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택 시장에서는 건설 관련 규제를 완화하여 주택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능력을 신뢰하는 접근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 트럼프 진영은 교육 바우처 제도를 통해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제시한다. 이는 HENRY족이 중요하게 여기는 자녀 교육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다. 의료비 절감과 관련해서는 의약품 가격 인하와 의료 서비스의 투명성 제고를 통해 의료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두 후보 모두 HENRY족을 포함한 중산층의 경제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그 접근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정책 변화는 대선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HENRY족을 포함한 중상위 소득층 표심이 경제 정책에 따라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자신의 공약이 이들의 우려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HENRY족의 재정적 압박은 미국 경제의 소비 동향과 대선 정책 담론에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고소득층 문제가 아닌, 미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