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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정책 급선회, 경제·사회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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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정책 급선회, 경제·사회 '지각변동' 예고

4년 사이 여론 180도 변화, 정치권 대응 주목
노동시장·산업구조 재편 불가피

미국의 이민 정책이 급격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이민 정책이 급격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이민 정책이 급격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이민에 대한 태도가 지난 4년 동안 극적으로 변화했다. 갤럽의 조사 결과, 2020년에는 28%에 불과했던 이민 감소 지지율이 2024년에는 55%로 급증했다.
'이민 감소 지지율'은 미국에 들어오는 이민자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이 수의 변화는 미국인 절반 이상이 이제 이민자 유입을 줄이는 정책을 원한다는 뜻으로, 4년 전과 비교해 미국 사회의 이민 인식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9일(현지시각) 아틀란틱은 이러한 여론의 급격한 변화가 정치권의 대응을 견인하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경제, 사회, 그리고 국제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 여론 변화의 배경


이민에 대한 미국 여론의 변화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친이민 정서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다시 반전된 것이다. 여기에 남부 국경에서의 이민자 급증, 특히 2023년 12월 한 달간 30만 명에 달하는 기록적인 국경 통과 사례가 더해져 여론의 우경화를 가속했다.

아틀란틱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여론 변화는 '혼돈 이론(chaos theory)'으로 설명될 수 있다. 혼돈 이론은 작은 초기 조건의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민 정책에 적용하면, 이민 절차가 통제 불능이고 불공평한 것으로 인식될 때 대중은 빠르게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혼돈 이론의 주요 특징인 '나비효과'는 이민 정책에서도 관찰된다. 예를 들어, 국경에서의 작은 사건이나 정책 변화가 전국적인 여론 변화로 증폭될 수 있다.

또한, 이민 시스템의 비선형성은 정책 변화의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의 사회 기여도나 시민권 취득 기회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이민 시스템에 대해서는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 정치권의 대응과 경제적 영향


정치권은 이러한 여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6월 일련의 행정명령을 통해 이민 정책을 강화했고, 이는 국경 통과 건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민 문제의 복잡성을 잘 보여준다.

이민 정책의 변화는 미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장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할 수 있으며, 특히 농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이민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농업 부문은 이민 노동자의 감소로 인해 연간 3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미국 농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한편, 기술 산업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은 고급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기업은 이미 이민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혁신 능력과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미국 경제 전체의 장기적 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반면, 자동화 기술과 인공지능 분야의 기업들은 노동력 대체 수요 증가로 인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물류 센터의 자동화를 가속할 수 있으며, 이는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일자리 감소와 같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중소기업 역시 이민 정책 변화 영향권에 있다. 전국소기업연합(NSBA)에 따르면, 미국 중소기업의 약 50%가 숙련된 노동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 전반의 활력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

한편, 이민 정책의 변화는 미국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문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 정책에서 이중 언어 교육 프로그램이나 다문화 커리큘럼의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이중 언어 교육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

사회 복지 제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민자 복지 혜택 축소가 예상된다. 이민자 의료 지원 프로그램이 축소될 수 있다. 이는 이민자 커뮤니티의 건강과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과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적 측면에서는 다양성 축소로 인한 문화적 충돌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결과적으로 도시와 농촌, 진보와 보수 간의 가치관 차이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의 심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며, 미국 사회의 결속력과 통합성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외, 국제 관계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국가들과의 관계가 재정립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무역 정책과 경제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소프트 파워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이민 정책 변화는 단순히 하나의 정책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와 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부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국제 관계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매파적 분위기가 미국 여론의 고정된 종착점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민에 대한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 변동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정책도 유동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