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대선]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0

[미국 대선]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공화당 정체성 위기와 미국 정치 지형 대변혁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1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1일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해리스는 후보로 선출 이후 지지율 차이를 극복하고 오차 범위 내이지만 앞서가고 있지만, 여전히 초박빙 상태에서 누구의 당선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지극히 곤란한 지경이다.

538의 선거 예측 모델은 해리스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고 분석하지만, 선거일까지 상황은 유동적이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패배 시나리오가 미국 정치 지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분석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트럼프의 패배는 공화당 정체성 위기와 미국 정치 지형 대변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며, 선거 결과 불복 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 공방 또한 예고한다.

◇ 법적 공방과 선거 결과 불복 가능성
미국 대선은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시험하는 중대 국면이 될 전망이다.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불복 가능성은 미국 정치 제도와 사법 시스템, 민주주의 그 자체의 견고성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트르담 대학 데릭 뮬러 교수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근소한 차이의 선거 결과는 '합법적 투표'의 정의를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법리적 해석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의 의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할 것이다.

트럼프 진영이 이미 100건 이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가 투표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현실로, 선거 결과의 확정이 법관들의 판단에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릭 하센 교수가 언급한 2000년 플로리다 사례의 재현 가능성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 시도와 관련된 현재 진행 중인 재판들은 2024년 선거 이후의 법적 공방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행위를 넘어, 선거 결과 불복이 하나의 '정치적 전략'으로 제도화될 위험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원칙을 위협하며, 국가의 정치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트럼프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문제들, 예를 들면, 뉴욕주 민사 사기 재판, 조지아주와 워싱턴 D.C.의 2020년 대선 개입 관련 형사 재판 등은 정치적 레토릭과 결합하여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법적 문제를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사법 제도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복합적 상황은 미국 선거 제도 신뢰성과 견고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선거 결과의 확정과 권력 이양 과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할 것이다. 또한,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정치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 개발이 현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 미국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24년 대선 결과와 그 여파는 미국 정치와 경제,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영향은 대통령 선거 결과뿐만 아니라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기업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 트럼프 패배와 그에 따른 정치적 혼란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정책, 기후 변화 대응, 기술 기업 규제 등 주요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질 경우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상하원 선거 결과 역시 중요한 변수다. 여소야대 또는 분열된 의회 상황에서는 주요 경제 정책의 추진이 지연되거나 좌절될 수 있다. 이는 세제 개혁, 인프라 투자, 의료보험 개혁 등 핵심 경제 정책의 실행에 어려움을 줄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경제 회복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공화당의 대중국 강경책이 새 행정부에서 어떻게 변화할지, 혹은 계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국제 무역과 투자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정부 셧다운이나 부채 한도 협상 난항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정책, 무역 정책 등 전략적 경제 정책 수립의 어려움으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 정책의 불안정성은 글로벌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은 전 세계 금융 시장에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 미국 정치의 미래와 도전

트럼프 패배를 가정할 때, 단순히 한 선거의 결과를 넘어 미국 정치 지형의 대변혁을 예고한다. 공화당 정체성 재정립, 법적·제도적 도전, 그리고 새로운 정치 지도자 부상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의 정치 미래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역할이 주목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그는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아 공화당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의 정치적 부상은 미국 정치에서 가족 왕조의 지속과 정치적 세습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시사한다.

MAGA 운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내세운 슬로건으로, 미국 우선주의, 이민 제한, 보호무역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 이념이다. 이 운동은 트럼프의 지지 기반을 결집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해왔으며,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한 지지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은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가치들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정치 세습, 권력 집중,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에 미국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정치 지형과 민주주의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패배는 미국 정치의 대변혁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패배를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와 제도적 견고성을 재확인하는 역사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동시에 더 강하고 탄력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이런 도전과 변화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교훈과 성찰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