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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뚫은 美 여성 CEO들, 남성 임금 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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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뚫은 美 여성 CEO들, 남성 임금 역전

S&P500 여성 CEO 보상, 남성 추월. 사회경제적 변화의 신호탄

미국 대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 보상이 남성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링크드인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 보상이 남성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링크드인
미국 대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 보상이 남성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S&P500 기업에서 여성 CEO 중앙값 총 보상이 2024년 1650만 달러로, 남성 CEO의 1560만 달러를 상회했다. 이는 전통적인 성별 임금격차가 최고경영진 수준에서 역전되는 흥미로운 현상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모든 CEO 급여를 줄 세워 놓고 정확히 가운데 있는 사람 급여를 비교했을 때 여성 CEO는 1650만 달러, 남성 CEO는 1560만 달러를 받았다. 이는 상위 기업에서 여성 리더가 남성 못지않게, 오히려 조금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이 숫자가 전체 직장 여성의 상황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아직 일반 직장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적게 받고 있고, CEO가 된 여성의 수도 남성보다 훨씬 적다. 그래도 이런 변화는 기업 세계의 꼭대기에서 성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희망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미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여성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남성을 앞지른 지 오래며, 노동인구에서도 여성 비중이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 추세는 이제 기업 최고위직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대표하는 사례로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CEO를 들 수 있다. 바라 CEO는 2014년 취임 이후 GM을 전기차 시대로 성공적으로 이끌며, 2022년 약 2900만 달러의 총 보상을 받아 최고 대우를 받는 여성 CEO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또한 오라클의 사프라 캐츠 CEO도 2022년 약 5000만 달러의 총 보상을 받아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성평등의 승리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S&P500 기업 중 여성 CEO는 약 40명으로, 전체의 7.9%에 불과하다. 이는 여전히 극소수의 여성만이 최고경영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일반 노동시장에서는 여전히 남성의 임금이 여성을 앞서고 있다. 2023년 기준 풀타임 여성 근로자의 중앙값 소득은 남성의 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계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변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여성들이 고위직에 진출할 때 더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업들이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기업 문화와 리더십 스타일 변화,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정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장과 같은 현상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위직에서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여성 리더십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추세를 보면,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까지 상장기업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경우 아직 여성 CEO의 비율이 낮지만,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로, 전년 대비 0.6%p 상승했다.

그러나 이 변화가 곧바로 전체 노동시장의 성평등으로 이어지리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존재하는 유리천장, 경력 단절,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 또한 고위직에서 성별 임금 역전 현상이 일부 엘리트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제한적 현상인지, 아니면 전체 노동시장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인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S&P500 여성 CEO의 보상 우위는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과 도전 과제를 상기시킨다. 이는 통계 현상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새로운 국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 이 변화가 전체 노동시장과 사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