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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희비, AI 호황 속 불균형한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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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업체들의 희비, AI 호황 속 불균형한 성장세

ASML 실적 부진이 암시하는 산업 전반의 도전과 기회



반도체 장비 업체도 AI붐과 연동해 움직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 장비 업체도 AI붐과 연동해 움직인다. 사진=로이터

반도체 산업이 AI 호황을 타고 성장하는 가운데, 장비업체들도 실적이 엇갈리면서 업계 전반의 불균형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ASML의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은 반도체 장비 산업 전반의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실제로, ASML과 함께 세계 3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꼽히는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와 램리서치(Lam Research) 역시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들 기업은 ASML의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각각 13%에서 18% 사이로 하락했다. KLA도 같은 기간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증착 및 에칭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PC와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메모리 칩 제조 장비에 강점이 있으나, 글로벌 메모리 시장 불황으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KLA는 검사 및 계측 장비 분야의 선두주자이지만, 전반적 반도체 투자 위축으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우려 사항으로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ASML과 마찬가지로 이들 기업도 중국 시장에 높은 의존도를 보여,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인해 중국 매출 비중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대체 시장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주요 고객사들의 투자 축소도 큰 문제다. 인텔,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들의 자본지출 감소로 인해 장비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인텔의 경우 올해와 내년 자본지출을 각각 8%, 15% 줄일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도 올해 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수요의 편중 현상도 장비업체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TSMC와 같은 선도 파운드리 업체들의 AI 관련 투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일부에 불과하다. 메모리와 같은 다른 분야의 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기술 격차 또한 중요한 이슈다. ASML이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각 기업은 자사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기술 트렌드에 맞춰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AI 열풍으로 인해 이들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으나, 실제 매출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기업 가치와 실적 간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향후 주가 조정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비업체들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구축, 신기술 개발 투자 확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AI 칩 제조에 필요한 새로운 소재 및 공정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램리서치는 3D NAND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ASML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AI 반도체 호황 속에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과 전망은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기술 혁신 속도, 그리고 글로벌 정세 변화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삼성전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통해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장비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첨단 공정 개발에 필요한 핵심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ASML의 EUV 장비 공급 지연이나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삼성전자에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장비업체들의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와 생산 확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한,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HBM(High Bandwidth Memory)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 분야의 성과가 향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 기술력과 시장 포지셔닝, 그리고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같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결정과 기술 개발 방향성이 장비업체들의 실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이들 간 상호작용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EUV 장비 도입 계획이나 AI 관련 투자 결정이 ASML이나 다른 장비업체 실적과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로 장비업체 기술 혁신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