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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청년들, 기후변화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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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청년들, 기후변화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미국 청년 85% "기후 불안 호소", 기성세대의 전면적 대응 시급

극심한 기후 변화에 청소년 정신적 고통 심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극심한 기후 변화에 청소년 정신적 고통 심해. 사진=로이터

최근 지구촌은 전례 없는 기후재앙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2024년 7월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고, 북미와 유럽은 폭염과 산불로, 아시아는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하와이에서는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마우이 섬이 폐허가 됐으며, 허리케인 '이다이'는 1000억 달러가 넘는 피해를 남겼다.

이런 가운데 미국 청년층이 기후 변화로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란셋 플래닛 헬스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미국 전역의 16~25세 청년 1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연구진은 응답자의 85%가 기후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58%는 "매우 또는 극도로 걱정된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38%가 기후 변화로 인한 불안감이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일상적인 의사결정 능력 저하 등으로 이어진다고 보고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응답자의 42%가 기후 변화가 자신의 미래 계획, 특히 결혼과 출산 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점이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세대 간 정의와 미래 세대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기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당 지지 성향과 관계없이 높은 수준의 기후 불안이 관찰됐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초당적 대응을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청년들의 기후위기 인식이 기업 활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은 청년층 불매운동과 법적 소송에 직면해 재생 에너지 투자를 2025년까지 3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은 화석 연료 산업 투자 제한 정책을 도입했으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불안'이 공식적 정신질환으로 분류될 필요는 없지만, 사회가 진지하게 다뤄야 할 중요한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와 치료사들이 기후 불안 환자들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와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정책입안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청년층의 73%가 적극적인 기후정책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것은, 기후 변화 대응이 향후 정치적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교육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기후 변화 교육을 필수과정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의 기후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청년 소비자들의 환경의식에 부응하는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닌, 차세대의 정신 건강과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위기임을 확인했다. 이는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기업이 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기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래 세대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정치적 성향을 초월한 사회적 합의와 실질적인 행동 변화가 시급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