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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텔, 중국發 보안 압박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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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텔, 중국發 보안 압박에 직면

"국가안보 위협" 주장하며 중국 당국 검토 촉구, 美·中 기술 패권 경쟁 새 국면

중국, 인텔 압박, 미중 갈등의 보복인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인텔 압박, 미중 갈등의 보복인가? 사진=로이터

반도체 업계 거인 인텔이 심각한 경영난 속에서 중국발(發) 보안 압박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퀄컴의 인수 타진설까지 제기되며 기업 존립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PC 시장 침체와 AI 반도체 시장 경쟁력 약화로 주가가 연초 대비 50% 이상 하락하면서, 겔싱어 CEO 체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퀄컴이 기업가치 900억 달러(약 120조 원)에 달하는 인텔 인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강자인 퀄컴은 이를 통해 PC·서버용 반도체 사업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초기 단계 논의로, 반독점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또한, 인텔은 지난해 발표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 세계적으로 1만5000명의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연간 30억 달러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는 이번의 구조조정은 2024년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사이버보안협회(CSAC)는 인텔 제품이 빈번한 보안 취약점과 높은 고장률을 보이며,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설치한 백도어로 인해 중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CSAC는 이러한 위험을 근거로 인텔 제품에 대한 보안 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작년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작년 마이크론 제품에서 "중대한 보안 위험"을 발견했다며 주요 인프라 운영 기업들의 제품 구매를 금지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위챗을 통해 "제품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며, 관련 부서와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NSA 백도어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해명을 피했다. 인텔의 주가는 이 소식이 전해진 후 변동성을 보였다. 지난 10월 15일 23.5달러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16일 급락해 21.86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8일 현재 22.77달러에 거래되며 변동성을 보인다. 이는 전주 대비 3.23% 하락한 수준이다.

중국은 인텔의 최대 시장 중 하나로, 작년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에 했던 것처럼 보안 검토 후 제재를 가한다면 인텔의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AI 붐에서 소외되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마저 위축된다면 기업 회생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인텔 제품 사용을 제한할 경우, AI 칩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엔비디아 제품이 이미 수출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인텔마저 제한된다면 중국은 자체 반도체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더욱 신중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인텔의 실적 악화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가속화로 인한 시장 구도 변화와 미중 디커플링 심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