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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앞둔 금융시장, '선거 베팅' 광풍에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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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앞둔 금융시장, '선거 베팅' 광풍에 출렁

예측 베팅 합법화 법원 판결로 베팅 시장 급성장
조작 논란 등 민주주의 훼손 우려 속 규제 필요성 대두

선거에 투기 광풍, 베팅 조작 의혹도. 상품거래위원회(CFTC) WJSRUD.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선거에 투기 광풍, 베팅 조작 의혹도. 상품거래위원회(CFTC) WJSRUD. 사진=로이터

미국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융시장이 선거 결과를 겨냥한 투기성 베팅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새로운 투자기회로 주목받고 있어 시장의 양면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선거 베팅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배경에는 법적 근거와 과거의 성공 사례가 있다. 지난 9월 연방 판사는 미국인이 파생상품을 통해 선거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예측 시장 운영사 칼시(Kalshi)가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다. 법원은 선거 관련 베팅이 불법 도박이 아니라 합법적인 거래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법적 정당성에 더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에서 예측 시장 배당률이 여론조사보다 정확했다는 평가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는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선거 베팅이 투자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단기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이 시장을 키우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러한 판결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베터 마켓의 캔트렐 뒤마는 "미국 선거에서 전례 없는 도박의 수문을 열어 시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하는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금융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트럼프 당선 시 예상되는 강경한 대외 통상정책에 대비해 중국 위안화와 멕시코 페소화 약세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재선 시 중국과 무역 갈등 재점화와 멕시코와의 통상 관계 악화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온스당 2700달러에 육박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정치적 불확실성, 경기 침체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S&P500 유틸리티 섹터 역시 강세를 보이는데, 전기·수도 등 필수 공공재 기업들이 경기와 무관하게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 관련 에너지 수요 증가 전망까지 더해져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다.

한편,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 주가는 9월 중순 이후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은행주와 암호화폐 시장 동향을 근거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베팅 시장의 과열은 건전한 선거 문화와 투자 행위를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예측 시장 배당률과 선거 결과의 연관성은 불명확하며, 오히려 여론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미국 유권자들은 법원의 판결로 합법화된 선거 베팅을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인정하면서도,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법원이 허용한 투자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장 조작과 여론 왜곡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적 규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선거 베팅의 합법화와 민주주의 가치의 조화는 이번 선거를 비롯해 향후 미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새로운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