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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진입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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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진입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시대 연다

이전 세대와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로 중년기 재정의 시도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본격적인 중년기에 진입하면서 이들의 경제력과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본격적인 중년기에 진입하면서 이들의 경제력과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본격적인 중년기에 진입하면서 이들의 경제력과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노동 인구의 7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은 디지털 전환기를 겪으며 성장해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배런스 보도에 따르면, 한때 '가장 불운한 세대'로 불렸던 밀레니얼 세대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들이 성인기에 접어들 무렵 겪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의 장기 불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시기에 극심한 취업난과 경기 침체를 마주했고, 이는 이들의 초기 자산형성과 경력개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이들의 경제적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30대 초반 밀레니얼의 평균 자산은 2019년에서 2022년 사이 4배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였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산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는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자산 증가의 배경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요인들이 있다. 우선 팬데믹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택을 보유한 밀레니얼들의 자산 증식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주식 시장의 호황으로 이들의 투자 자산도 상당히 늘어났다. 여기에 자녀 세액 공제나 경기부양 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팬데믹 지원 정책들이 이들의 부채 감소와 저축 증가에 도움을 주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밀레니얼 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다른 투자 패턴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디지털 투자 플랫폼을 활용한 적극적인 자산 운용에 능숙하며, 암호화폐나 핀테크 같은 새로운 투자 수단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 또한 ESG 투자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소비 등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그림자도 뚜렷하다. 자산 증가는 주로 고학력,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부동산을 보유한 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오히려 세대 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주택 소유 밀레니얼은 평균 7만8000 달러의 자산 증가를 기록했지만, 임차인은 6200백 달러 증가에 그쳤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내 부의 격차는 1989년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20% 더 크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이들의 특징이 뚜렷하다. 웰빙 문화를 선도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폐경이나 노화와 같은 신체적 변화에도 이전 세대와 다른 접근법을 보인다. 메이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더 적극적인 건강관리와 직장 내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관련 증상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는 매우 광범위하고 근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성과보다 균형을,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8%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영향을 중요한 소비 결정 요인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공유경제와 구독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맥킨지는 2025년까지 글로벌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3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2019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주택과 같은 고가 자산의 소유 대신 필요한 만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소유 중심의 경제 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65%가 유연근무제를 선호하며, 이는 기업의 인사관리 체계와 사무공간 활용 방식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원격근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옵션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부동산 시장과 도시 인프라 설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도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73%가 전통적인 은행보다 핀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선호하며, 이들의 투자 성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밀레니얼 세대가 상속받을 자산이 3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러한 자산 이전이 지속가능 투자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웰니스, 친환경, 디지털 콘텐츠 등 이들이 선호하는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통 산업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건강관리와 여가 산업의 융합, 환경 친화적 제품과 서비스의 주류화는 기업들의 사업 모델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강한 사회적 책임의식은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의 변화도 촉진하고 있다. 포브스의 분석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경영자의 89%가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는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를 넘어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10년간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전환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중년기 진입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추구하는 변화가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질서와 산업 환경,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업의 경영 방식과 정부의 정책도 이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아울러 밀레니얼 세대 내부의 경제적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중추 세대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