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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분화, 보수·진보 공존하는 '기술 산업의 메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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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분화, 보수·진보 공존하는 '기술 산업의 메카'로

트럼프-해리스 대선 앞두고 기술 엘리트 간 이념 분화 뚜렷
기술 산업 성장의 긍정적 신호탄, 다원화는 불가피한 진화과정



실리콘벨리도 이제 정치적으로 다양성 확산.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실리콘벨리도 이제 정치적으로 다양성 확산. 사진=로이터

美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실리콘밸리가 과거와 전혀 다른 정치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한때 진보 진영의 핵심 거점으로 여겨졌던 이 기술 혁신 산실이 이제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이며, 성숙한 산업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최근 더 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머스크를 비롯한 기술 엘리트들 사이에서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비츠는 해리스를 지지하는 등 투자사들과 기업 임원진 사이에서도 정치적 견해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변화는 표면적으로는 분열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기술 산업이 미국 경제의 주류 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건강한 징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전통적 금융기관에서도 직원들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한 것처럼, 구글을 비롯한 기술기업들도 이제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공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과거 실리콘밸리는 비슷한 배경의 엔지니어들이 같은 지역에 모여 있고, 동일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는 구조로 인해 획일적인 집단사고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보수 진영으로부터 기술 산업이 진보 이념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대선을 앞둔 현재, 기술 산업계는 정치적 다양성을 수용하면서도 산업 전체의 이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을 모색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기술 규제 문제에 있어 행정부의 성향과 관계없이 산업계 전체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 변화는 기술 산업이 더는 단일 이념이나 특정 정치 성향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이끄는 진정한 의미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다원화 과정에서 극단적 의견 대립을 피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향후 과제로 지적된다.

한편, 이런 정치적 다원화 현상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간접적으로 감지된다. 서비스나우의 CEO 빌 맥더못이나 애플의 팀 쿡 등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기업 성과와 미래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산업 내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비슷한 톤과 방식으로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각 기업 특성과 CEO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나우의 빌 맥더못은 "흥미진진하다"와 "흥분된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열정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상대적으로 절제된 표현을 선택하는 등 각자 다른 소통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의 다변화는 기업들이 획일화된 문화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업 문화와 리더십을 확립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하나의 틀에 갇힌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공존하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리콘밸리의 이러한 변화는 미국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경제 질서 내에서 기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선 이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할 경우, 산업계 내부의 갈등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