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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딜레마와 대선 변수, 시장 격랑 예고하는 2024년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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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딜레마와 대선 변수, 시장 격랑 예고하는 2024년 연말

중립금리 탐색·선거 불확실성에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우려



연준과 금리 정책의 변동성 되살아나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연준과 금리 정책의 변동성 되살아나나. 사진=로이터

미국 대선이 불과 1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정책 방향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연준은 '중립금리' 수준을 놓고 고심하는 한편, 트럼프-해리스의 대선 경쟁이 예측불허로 전개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고 최근 배런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준 내부에서는 경제가 완전 고용 상태에 있으면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이자율 수준을 의미하는 중립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중립금리 전망치는 2.4%에서 3.8%까지 넓은 범위에 분포해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중립금리 수준은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4.75~5% 수준인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으로 낮추는 과정에서 데이터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 정국도 시장의 불안요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이 팽팽한 가운데, 결과 불복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승자가 불명확했던 시기에 S&P500 지수가 8% 가까이 폭락했던 전례는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데, 골드만삭스는 선거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S&P500 지수가 최대 1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아 10~12% 수준의 조정을 예상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JP모건의 분석이다. 선거 결과 불복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경우 시장의 하락폭이 2000년의 8%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거로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시했다. 시티그룹 역시 유사한 맥락에서 13~17%의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현재 시장 환경이 2000년과는 크게 다르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당시 S&P500의 P/E비율은 25배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1배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금리는 현저히 높은 수준이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더욱 고조된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최근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선거 관련 불확실성을 2024년 최대의 시장 리스크로 꼽았다. 이는 2020년 대선 당시의 5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더욱이 응답자의 44%는 선거 결과 확정이 지연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2000년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VIX 지수는 이미 연초 대비 크게 상승한 19 수준을 기록 중이다. 두 후보 모두 대규모 재정지출을 공약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은 7.5조 달러, 해리스는 3.5조 달러 규모의 추가 부채를 발생시킬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과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주식 비중을 높게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에 집중해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전략은 얼핏 모순되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현재의 특수한 경제 환경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첫째,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주식은 실질 구매력을 보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업들은 물가 상승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적절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우량 기업들의 주가는 물가 상승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또한, 현재의 시장 불확실성은 모든 주식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견고한 재무구조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한 기업들은 오히려 이러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에 '선별적' 투자를 강조한다.

끝으로,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볼 때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시적 변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거 선거 관련 변동성은 대개 6개월 이내에 해소되었으며, 이후 시장은 기업 실적과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며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연준의 통화정책과 대선이라는 이중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시장 변동성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오히려 이런 시기야말로 기업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춘 장기 투자 전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향후 수개월간은 연준의 금리 결정과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