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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트럼프-해리스 '초접전' 속 선거 불복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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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트럼프-해리스 '초접전' 속 선거 불복 우려 고조

교육·계층 따른 새로운 균열선 부상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 주 칼라마주에 있는 윙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 주 칼라마주에 있는 윙스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선거 행사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활짝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치열한 접전이 예고되는 동시에 대규모 선거 불복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조기 투표에서 드러난 새로운 선거 지형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등록 유권자의 약 16~17%인 2,650만 명이 조기투표에 참여했다. 주목할 점은 2020년 대선과 비교해 민주당과 공화당의 투표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현재 조기 투표자 중 민주당 지지자는 42%, 공화당 지지자는 35.3%로,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52%, 공화당 24%였던 것과 비교하면 양당 간 격차가 현저히 감소했다.

특히, 트럼프 캠프의 조기 투표 독려 전략이 주요 경합 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네바다에서는 공화당 지지자가 39.5%로 민주당(36%)을 앞서고 있으며, 조지아에서는 8일간의 조기 투표에서 2020년 동기 대비 50만 표가 증가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양당의 투표율이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인구통계학적으로는 65세 이상 유권자가 4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여성 유권자(54.2%)가 남성(44.1%)보다 많았다. 인종별로는 백인이 65.5%, 흑인이 23%를 차지했다. 이러한 투표 양상은 향후 본 선거 결과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2020년 대선에서 전체 투표의 약 65%(1억 1백만 명 이상)가 사전투표였던 것과 비교할 때, 아직 초기 단계임을 보여주며, 선거일이 아직 일주일 이상 남았고, 44개 주에서 사전투표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최종 사전투표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새로운 정치 균열선의 등장

이번 대선의 조기 투표 패턴은 양당의 전략 변화와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동을 동시에 보여준다. 공화당은 2020년 우편투표와 조기 투표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던 입장에서 완전히 선회했다. 트럼프 캠프는 조기 투표를 강력하게 독려하는 실용주의적 전략을 채택했고, 지지층도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민주당과의 조기 투표 격차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의 균열 조짐에 직면해 있다. WSJ 분석에 따르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교육 수준에 따른 유권자 분화다. 고학력층에서는 민주당 지지가 더욱 공고해졌지만, 저학력층에서는 공화당 지지로의 이동이 뚜렷하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교육 수준에 따른 정치적 선택의 차이가 인종을 초월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견고한 지지기반이었던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 사이에서도 교육 수준에 따른 투표 성향의 분화가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정치 지형의 근본적 변화를 시사한다. 과거 미국 선거에서 주된 균열선이었던 인종, 성별, 지역 등의 전통적 구분선이 흐려지는 대신, 교육 수준과 계층이라는 새로운 균열선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투표 행태의 변화를 넘어 미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 재편을 반영하는 것으로, 기존의 선거 예측 모델로는 포착하기 힘든 새로운 정치적 지형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여론 조사의 신뢰성도 주요 관심사

여론 조사의 신뢰성도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2020년 대선에서 여론 조사는 바이든의 우세를 과대 예측했고, 이는 40년 만에 가장 부정확한 결과로 기록됐다. 현재 여론 조사 기관들은 응답자 구성과 가중치 부여 방식을 개선하고 있지만, 트럼프 지지층 특성을 정확히 포착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지지층 특성을 여론 조사에서 정확히 포착하기 어려운 근본적 원인은 이들이 가진 독특한 정치적, 사회적 성향에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제도권과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보이는데, 이는 여론 조사 기관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론 조사를 '엘리트 집단의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조사 참여 자체를 거부하거나 응답을 회피하는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실제 응답하더라도 자신의 진정한 정치적 선호를 밝히지 않는 소위 '샤이 트럼프(Shy Trump)' 현상도 존재한다. 이는 트럼프에 대한 주위 비난 여론을 감안해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는 것을 꺼리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학력, 도시 거주자, 전문직 종사자 중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또 다른 중요 요인은 트럼프 지지층의 사회경제적 구성이 전통적인 표본 추출 방식으로는 제대로 포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농촌 지역 거주자, 블루칼라 노동자, 저학력층 등 전통적으로 여론 조사 접근성이 낮은 집단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여론 조사 기관들이 온라인 조사나 문자 메시지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 집단의 의견을 정확히 수집하는 것은 여전한 과제이다.

◇ 대규모 선거 불복 움직임 우려

가장 큰 우려는 체계화된 선거 불복 움직임이다.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공화당 기부자들과 보수 성향 억만장자들이 '선거 무결성' 감시를 명분으로 50여 개 단체에 1억 4천만 달러를 투입하며 'Stop the Steal 2.0'을 준비하고 있다.

7개 경합주의 법적 변화로 개표 지연이 예상되며, 이는 장기적인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화당은 이미 20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한 선거 감시 체제를 구축했으며,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과 고위 공직 후보자의 절반가량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특히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첫째, 11월 5일 선거 당일 개표가 즉시 완료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조기에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다. 둘째, 최종 개표 결과 트럼프가 패배할 경우 대규모 선거 불복 운동을 전개할 가능성이다. 해리스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2020년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며 "이번에는 더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선거 불복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선거 불복을 위한 법적, 제도적 준비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EagleAI NETwork'와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유권자 등록에 대한 조직적 이의제기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수작업 개표 의무화 등 새로운 규칙을 도입해 불가피하게 확인 과정에 개표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NPR-PBS News-Marist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 부정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고, 이는 선거 결과 불복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불복 움직임이 2020년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한 선거 분석가는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춘 체계적인 선거 불복 시도가 준비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을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 전망과 의미

남은 일주일여 동안 양 진영의 전략은 뚜렷이 갈린다. 해리스 캠프는 교외 지역 중도층과 젊은 여성층 공략에, 트럼프 진영은 러스트벨트 노동자층과 히스패닉 표심 확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5%대에 그친 젊은층(18~25세) 투표율이 경합 주에서 어떻게 나타날지도 주요 변수다.

버팔로대 요탐 오피르 교수는 "트럼프의 선거 불복 주장 지지가 공화당의 리트머스 시험이 되면서 민주주의 가치와 규범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통적 지지기반의 재편과 함께, 대규모 선거 불복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미국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회복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