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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미국, 중국 무역흑자 원인 진단 놓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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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미국, 중국 무역흑자 원인 진단 놓고 갈등

시진핑의 제한적 경기부양으로 글로벌 불균형 심화 우려
트럼프 재선 시 IMF 탈퇴 가능성... 브레턴우즈 체제 존립 위기

미국과 IMF, 중국 경제에 인식 차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IMF, 중국 경제에 인식 차 보인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경제 질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중국의 무역흑자를 둘러싼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근본적 인식 차이가 표면화되고, 시진핑의 제한적 경기부양책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브레턴우즈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MF와 미국의 대립은 중국의 무역흑자를 바라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IMF는 중국의 무역흑자가 부동산 시장 침체와 국내 신뢰 하락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이를 산업정책의 산물로 보는 미국의 시각을 "불완전한 견해"라고 반박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소비를 억제하고 제조업과 수출에 보조금을 지급해 세계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진핑 주석이 9월 말 내놓은 경기부양책은 이러한 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와 지방정부 구제에 초점을 맞춘 제한적 조치는 중국의 산업·기술 강국 노선을 유지하면서 수출 중심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첨단 제조업 육성을 통한 수출 확대 전략은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미 대선은 이러한 갈등 구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프로젝트 2025'는 IMF 탈퇴까지 거론하며 다자간 경제협력체제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IMF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가계 소비 촉진과 재정 건전성 강화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재정적자가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국제 경제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근본정신을 수호하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트럼프 재선 시 IMF의 중재 기능은 실효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진영은 IMF의 중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글로벌 금융질서의 핵심축인 미국의 IMF 탈퇴는 전후 국제 경제 질서의 근본을 재편할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중국 무역흑자가 세계 GDP의 0.7%까지 확대된 점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차이나 쇼크 2.0'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08년 당시 중국의 저가 제품 수출이 글로벌 제조업 기반을 붕괴시켰다면, 이번에는 전기차와 태양광 등 첨단 산업에서 유사한 충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으며,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0%를 상회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전례 없는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 부과를 공언했으며, 이는 연간 약 6000억 달러 규모의 미·중 무역에 직접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로 인해 연간 세계 교역량이 최대 15%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는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다자간 경제협력체제의 약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교역 감소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산업구조 변화, 물가 상승 등 광범위한 경제적 파장을 초래할 전망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온 자유무역 질서의 존속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무역 질서의 근본적 변화에 대비한 각국의 전략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