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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통 속 러시아 경제, 겉으론 멀쩡해도 속병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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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통 속 러시아 경제, 겉으론 멀쩡해도 속병 들었다

전시경제 기형화·서방 제재 회피, 북한도 가담
브릭스·中 손잡고 '장기전 베팅', 美 대선이 분수령 될 듯
전쟁으로 급등한 물가에 시름하는 러시아인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쟁으로 급등한 물가에 시름하는 러시아인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 차를 맞이하는 가운데, 러시아 전시경제가 비정상적인 과열 현상을 보여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서방 제재를 무력화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급기야 북한의 병력과 무기 지원까지 받아가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표면적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 2021년 1.7조 달러였던 GDP는 2023년 1.86조 달러로 반등했고, 에너지 수출 수입도 전쟁 이전보다 30% 정도 증가한 31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군수산업 중심의 기형적 성장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실제로 러시아 전시경제는 심각한 왜곡 현상을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업률은 2.4%의 완전 고용에 가깝지만, 전쟁에 인력이 동원되고 해외 근로자 유입마저 줄면서 심각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전시경제 위주의 군수산업 부흥으로 이 부문 종사자의 고임금이 민간 부문의 임금 상승을 강제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1%까지 인상한 것은 이러한 경제 과열에 대한 위기감을 반영한다.

그러나 푸틴 정권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GDP의 8% 이상을 군사비에 투입하며 2025년에는 군사·안보 지출이 14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교육, 의료, 사회 인프라 투자를 크게 제약하지만, 푸틴은 강력한 통제체제를 바탕으로 이를 강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생존전략을 크게 세 갈래로 본다. 첫째,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다. 중국은 2023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년 대비 20% 늘렸으며, 첨단기술 제품 수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브릭스를 통한 탈달러화 가속이다. 2024년 1월 브릭스 확대로 사우디아라비아·UAE 등이 가입하면서 러시아의 국제금융 활용 폭이 더욱 넓어졌다. 셋째, 그림자 무역을 통한 제재 우회다. 중앙아시아·터키 등을 경유하는 우회 무역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자유 진영은 러시아의 이러한 생존전략을 완전히 봉쇄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장기전을 통해 러시아가 서서히 국력이 소진되어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르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4년 11월 미 대선은 이러한 상황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공화당 트럼프 집권 시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와 대러 제재 완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의 장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첨단기술 접근 제한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 인적자본 유출, 사회 인프라 투자 부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에너지 산업의 기술 현대화 지체는 러시아의 장기적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경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브릭스 중심 탈달러화 시도는 기존 달러 중심 국제금융 질서에 도전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밀착은 새로운 경제블록 형성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변화에 따른 복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발 원자재 가격 변동성 대응과 대체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며, 장기적으로는 브릭스 중심의 새로운 경제 질서 부상에 대비한 통상전략 재편이 요구된다. 특히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량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