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차기 행정부 구성을 총괄할 인물이 윤곽을 드러내며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으로 70년대 후반에 하버드대를 다닌 루트닉은 역경 속에서 성공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십대 시절 부모를 잃고, 무일푼으로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중개회사 캔터 피츠제럴드에 입사했고, 30세도 되기 전에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이끄는 금융제국은 한국 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BGC파트너스는 한국에서 채권 중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뉴마크그룹도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루트닉의 트럼프 캠프 합류는 단순한 인사 책임자 임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일론 머스크, 존 폴슨 등 금융계 거물들이 잇따라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는 가운데, 월가의 실세들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등을 돌리고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베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루트닉은 첫 트럼프 행정부와는 차별화된 인선을 예고하고 있다. WSJ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의 정책에 충실한 인물들로 진용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짐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나 존 켈리 전 비서실장처럼 트럼프와 갈등을 빚은 인사들과는 다른 성향의 참모진이 포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루트닉과 트럼프의 인연은 수십 년 전 뉴욕의 자선행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골프를 함께 치며 친분을 쌓았고, 작년에는 햄프턴스 자택에서 1500만 달러 규모의 후원행사를 주최했다. 공화당 등록자이지만 실용주의적 성향의 그는 과거 힐러리 클린턴과 카말라 해리스에게도 정치자금을 기부한 바 있다.
최근 매디슨 스퀘어 가든 집회에서 그가 머스크와 함께 언급한 2조 달러 규모의 정부 예산 삭감 계획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급진적 개혁의 방향을 보여준다. 이는 규제 완화와 감세를 바라는 금융계의 기대와 맞닿아 있지만, 동시에 정부 기능 축소에 따른 사회적 갈등 심화 우려도 제기된다.
루트닉의 인선 영향력이 미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월가의 실세들이 트럼프 진영에 합류하는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지만, 빈부 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도 키울 수 있다. 이는 곧 다가올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의 정치·경제 체제의 근본적 변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9/11의 비극을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제국을 일군 루트닉이 그리는 차기 정부의 청사진이 미국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