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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전력난 해법 SMR...미, 핵폐기물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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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전력난 해법 SMR...미, 핵폐기물은 '고민'

빅테크 잇단 투자로 개발 가속, 폐기물 처리기술 혁신도 함께 주목
"SMR 상용화 전 핵폐기물 관리방안 확립 시급"

핵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 다시 살아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핵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 다시 살아나. 사진=로이터

미국 원자력 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SMR 시대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전은 93기로, 총 전력 생산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노후화와 경제성 문제로 폐쇄되는 원전이 늘어나는 가운데,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도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난 해결을 위해 SMR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와 협력해 2030년부터 SMR 전력 공급을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아마존은 X-에너지의 SMR 및 연료기술 개발에 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배런스는 SMR 도입이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MR의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X-에너지의 SMR은 기존 원전보다 연간 24배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배출할 수 있다. SMR의 컴팩트한 설계로 인해 더 농축된 연료를 사용하게 되면서,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9만 톤 이상의 사용후핵연료를 39개 주 100여 곳의 원전 부지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영구처분장 건설은 정치적 반대와 기술적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연방 정부는 폐기물 처리 실패에 따른 배상금으로만 106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해 SMR 개발사들은 폐기물 최소화 설계와 재활용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SMR 폐기물 처리를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등 새로운 재처리 기술 개발에 연간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액체 상태의 용융염을 냉각재이자 핵연료 운반체로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인 몰튼솔트 기술을 적용한 SMR은 기존 폐기물의 95%까지 재활용할 수 있고, 상압 운전으로 안전성 향상, 건설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이에, 미국·중국 등에서 실증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의 상황도 시급하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24년 현재 저장용량의 80%가 채워져 포화가 임박했다. 더 심각한 것은 고준위 방폐장이다. 각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소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약 2만 톤에 달하지만,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에 한국도 기술적 해결책 모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개발 중인 'i-SMR'에 사용후핵연료 저감 기술을 적용해 기존 원전 대비 폐기물 발생량을 3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최대 95% 감소시키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SMR 상용화가 본격화되는 2030년 이전까지 핵폐기물 처리 기술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폐기물 발생은 SMR 운영 시작 후 3~5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 분야의 기술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 확보는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장기적 관점의 해결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SMR이 AI 시대의 진정한 에너지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폐기물 처리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지역 사회와 소통, 그리고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SMR 투자가 전력 공급 문제 해결과 함께 핵폐기물 처리기술의 혁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한국은 방폐장 포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SMR 도입 논의와 함께 종합적 핵폐기물 관리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