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기후변화를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 규정하며 청정에너지 혁신을 주도해왔지만, 최근 행보에서 심각한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외면하고, 텍사스 발사장의 오염수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등 환경 규제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의 아메리카 PAC(정치활동위원회)와 석탄 재벌 조 크래프트의 제휴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2일(현지 시각) 환경 전문 저널리즘 플랫폼인 더 히티드가 보도했다.
크래프트가 경영하는 얼라이언스 리소스 파트너스의 연간 석탄 생산량은 2,800만 톤에 달하며,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5,600만 톤을 기록한다. 이는 1,200만 대의 승용차가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수준으로, 뉴욕시 전체 연간 탄소배출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크래프트의 석탄 광산들은 심각한 수질 오염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환경보호단체의 조사 결과, 이들 광산에서 지난 5년간 450건 이상의 환경 규제 위반 사례가 적발됐으며, 주변 지역 지하수에서는 비소와 납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8배까지 검출됐다.
환경파괴의 실상이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후변화 관련 논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머스크의 인수 후 소셜미디어 플랫폼 X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혼재하는 가운데, 기존 기후과학 연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시물이 급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머스크는 최근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위험 수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발언은 테슬라를 통해 추구해온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가치와 상충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경 정책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아메리카 PAC와 석탄 산업의 연대가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크게 후퇴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환경 규제 완화로 인한 피해를 고려할 때,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머스크가 주도할 정부 혁신이라는 명분 하에 더욱 강력한 환경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한다.
머스크의 이중성은 기후변화 대응 영역을 넘어선다. AI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xAI를 설립해 공격적인 개발을 추진하고, 소셜미디어의 표현의 자유를 주창하면서도 비판적 콘텐츠를 제한하는 등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 트럼프가 약속한 정부혁신위원회 수장 자리와 맞물려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부 요직 진출이 긍정적 변화보다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그의 파괴적 혁신 방식이 정부 정책에 적용될 경우, 환경·안전·노동 등 필수적인 규제마저 '혁신의 걸림돌'로 치부돼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크래프트가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를 석탄발전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도는 디지털 혁신을 환경파괴의 도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머스크의 이중적 행보와 크래프트의 환경 파괴적 사업 관행은 기후 위기 시대에 자본의 근본적 모순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정의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 강화의 시급성을 일깨운다.
기후 과학자들의 경고대로 현재의 탄소 배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머스크와 크래프트의 위험한 동맹, 그리고 머스크식 혁신이 초래할 규제 완화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기후위기 대응이 후퇴하는 것을 막으려면, 시민사회의 적극적 감시와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