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결과만 기다리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의 그늘에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 배런스는 이번 대선 특징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자유무역 시대의 종언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주 발표된 시티그룹의 심층 분석은 보호무역 강화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경우 생산량이 상당 폭 감소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향후 10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이번 분석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관세 인상의 직접적 효과뿐 아니라 금융시장과 기업 생산성, 정부 재정수입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포괄적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는 미국이 주요 교역국들에 대해 관세를 일괄 인상할 경우, 이들 국가의 보복 조치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 데이터로 입증했다.
더욱이 미 연준 대응만으로는 이러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구조적인 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보호무역 강화가 세계 경제의 장기 성장 경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행정부에서도 대중국 견제를 위한 각종 무역 규제가 강화되어 왔으며, 이러한 움직임이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큰 변화는 과거 자유무역을 지지해왔던 민주당조차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국가 안보 문제가 통상정책의 핵심 고려사항으로 부상했음을 반영한다. 실제로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자국 우선주의적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정책 기조 변화를 넘어 글로벌 교역 질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세계화의 후퇴와 함께 각국이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욱 적극적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글로벌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업들의 자본지출 증가,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국제 무역 흐름의 구조적 변화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통계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교역 증가율은 0.8%에 그쳤으며, 2024년에도 3.3% 수준의 제한적 성장이 전망된다. 글로벌 GDP 대비 교역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60%대에서 최근에는 50%대로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기업의 추가 비용이 향후 5년간 글로벌 GDP의 약 2%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약 2조 달러 규모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재고 수준은 2019년 대비 약 25% 증가했으며, 이는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한 기업들의 방어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미 의회 구성과 정책 세부사항 확정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시장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호무역 기조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통합 약화와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화의 후퇴가 가속화되면서 각국의 경제 정책이 자국 우선주의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