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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호와 기술 혁신이 만난 TV 시장의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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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선호와 기술 혁신이 만난 TV 시장의 새 물결

대형화·프리미엄화 가속, 98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급성장
가격 하락·기술 발전에 힘입어 홈시어터 대체 가능성 높아

삼성전자 모델이 역대급 성능의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2024년형 Neo QLED 8K TV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모델이 역대급 성능의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2024년형 Neo QLED 8K TV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미국 TV 시장이 대형화 추세를 넘어 초대형화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미국 가정 TV 교체주기는 평균 7년으로, 소비자들은 교체 시 이전보다 평균 1~2인치 큰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A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97인치 이상 초대형 TV 판매량이 올해 1~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증가했다.

이런 초대형 TV 시장 급성장은 기술 혁신과 가격 하락이라는 두 가지 핵심 동인에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19년 98인치 TV를 9만9000달러(약 1억4000만 원)에 첫 출시했지만, 현재는 4000달러(약 551만 원)부터 시작하는 4가지 버전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97인치 이상 TV의 평균 판매가격은 2022년 6662달러(약 917만 원)에서 2023년 3113달러(약 429만 원)로 크게 하락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중 프리미엄 TV 시장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이 60%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약 35%, LG전자가 약 2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OLED와 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두 기업이 가진 기술적 우위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들은 초대형 TV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2000(약 275만 원)~2만5000달러(약 3442만 원) 가격대의 19개 모델을 선보이며 전체 매장의 70%에서 초대형 TV를 전시하고 있다. 월마트와 샘스클럽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시청 행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증가했고, 스포츠 시청이나 홈시어터용으로 대형 화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특히, 멀티태스킹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분할 화면 시청 등 새로운 활용도가 부각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화질 개선 기술을 도입해 대형 화면에서도 선명도를 유지하고 노이즈를 저감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기존 홈시어터용 프로젝터가 가진 제약(어두운 환경 필요, 상대적으로 낮은 선명도)을 극복하면서 프로젝터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설치 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있다. 98인치 TV는 표준 3인용 소파보다 큰 크기로, 일반 가정에서의 설치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운반과 설치 과정의 기술적 문제도 있다.

베스트바이의 기술지원팀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구매 전 계단통과와 입구 크기 등 설치 공간을 사전 점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증강현실(AR) 기능을 통해 고객이 실제 거실에 TV를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청 거리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98인치 TV의 이상적인 시청 거리는 TV 대각선 길이의 1.2배인 6~12피트(약 1.8~3.6미터) 정도로, 이 역시 일반 가정의 거실 구조에서는 제약이 될 수 있다.

더불어 TV 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전 과제가 있다. 서카나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TV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판매량은 1% 증가에 그쳤다. 특히 97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3810만 대가 판매되며 전체 TV 판매량의 1.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배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급격한 가격 하락과 제한적인 시장 규모는 제조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제조사들은 더 큰 크기의 제품 개발을 예고하고 있어, 초대형 TV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이 성장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실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