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관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미국 가정 TV 교체주기는 평균 7년으로, 소비자들은 교체 시 이전보다 평균 1~2인치 큰 제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런 초대형 TV 시장 급성장은 기술 혁신과 가격 하락이라는 두 가지 핵심 동인에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19년 98인치 TV를 9만9000달러(약 1억4000만 원)에 첫 출시했지만, 현재는 4000달러(약 551만 원)부터 시작하는 4가지 버전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 중 프리미엄 TV 시장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이 60%를 상회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약 35%, LG전자가 약 2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OLED와 Q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두 기업이 가진 기술적 우위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해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들은 초대형 TV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베스트바이는 2000(약 275만 원)~2만5000달러(약 3442만 원) 가격대의 19개 모델을 선보이며 전체 매장의 70%에서 초대형 TV를 전시하고 있다. 월마트와 샘스클럽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다.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시청 행태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증가했고, 스포츠 시청이나 홈시어터용으로 대형 화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특히, 멀티태스킹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분할 화면 시청 등 새로운 활용도가 부각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진전이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화질 개선 기술을 도입해 대형 화면에서도 선명도를 유지하고 노이즈를 저감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기존 홈시어터용 프로젝터가 가진 제약(어두운 환경 필요, 상대적으로 낮은 선명도)을 극복하면서 프로젝터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설치 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있다. 98인치 TV는 표준 3인용 소파보다 큰 크기로, 일반 가정에서의 설치가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운반과 설치 과정의 기술적 문제도 있다.
베스트바이의 기술지원팀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구매 전 계단통과와 입구 크기 등 설치 공간을 사전 점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증강현실(AR) 기능을 통해 고객이 실제 거실에 TV를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시청 거리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98인치 TV의 이상적인 시청 거리는 TV 대각선 길이의 1.2배인 6~12피트(약 1.8~3.6미터) 정도로, 이 역시 일반 가정의 거실 구조에서는 제약이 될 수 있다.
더불어 TV 산업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도전 과제가 있다. 서카나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TV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으며, 판매량은 1% 증가에 그쳤다. 특히 97인치 이상 초대형 TV는 3810만 대가 판매되며 전체 TV 판매량의 1.7%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배 증가한 수치지만,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급격한 가격 하락과 제한적인 시장 규모는 제조사들의 수익성 확보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제조사들은 더 큰 크기의 제품 개발을 예고하고 있어, 초대형 TV 시장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이 성장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실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