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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럼프·머스크·루트닝크 주도의 ‘기업가형’ 정부 실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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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럼프·머스크·루트닝크 주도의 ‘기업가형’ 정부 실험 예고

혁신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정부 참여와 월가의 영향력 있는 인물 하워드 루트닝크의 인수위원회 참여로 '기업가형 정부'라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혁신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정부 참여와 월가의 영향력 있는 인물 하워드 루트닝크의 인수위원회 참여로 '기업가형 정부'라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정치 지형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Axios) 등 주요 외신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 통치 체제와 시장 질서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재집권과 함께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한 방향으로 정렬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상원 장악으로 대법관 인준 권한까지 확보하면서, 향후 대법관 공석이 발생할 경우 보수 성향의 대법관 임명이 용이해져 사법부마저 보수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혁신 기업가 일론 머스크의 정부 참여와 월가의 영향력 있는 인물 하워드 루트닝크의 인수위원회 참여로 '기업가형 정부'라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이 보도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기업가형’ 정부란 시장 원리와 기업가 정신을 행정에 도입해 정부 비효율을 줄이고, 성과 중심의 국정 운영을 추구하는 새로운 통치 모델을 의미한다.

새 행정부 핵심 기조는 '파괴적 혁신을 통한 정부 효율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약속한 정부효율성부서(DOGE)는 머스크의 주도 하에 연방정부 지출 2조 달러 삭감이라는 급진적 구상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회사이자 투자은행인 캔터 피츠제럴드의 최고경영자이자 트럼프 인수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 루트닝크는 트럼프와 머스크 교감 아래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를 이끌면서 이미 수천 명의 인선을 통해 개혁의 기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존 관료제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정부 조직 슬림화와 의사결정 구조의 단순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같은 정부 혁신 구상은 ‘미국 제일주의’를 핵심 축으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첫째, 대외적으로는 관세 확대를 통한 보호무역 강화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고율 관세 부과는 재정적자 축소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이를 통해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의 관세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미중 무역적자가 3000억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이는 상당한 재정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트럼프가 공약한 법인세율 21%에서 15%로 인하와 개인소득세 감면으로 인한 연간 1500억 달러 규모의 세수 감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월가의 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관세 수입이 예상대로 확보될 경우 감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재정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이는 중국의 보복 관세와 글로벌 무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둘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나 중동 문제에 대한 비즈니스적 해법 추구다. 군사적 개입보다는 협상과 거래를 통한 문제 해결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트럼프는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으며, 러시아와의 에너지·자원 거래 재개를 통한 실용적 접근을 시사했다. 이는 연간 1130억 달러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심각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수반한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는 전체의 18%에 달하며, 여기에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의 주요 산업시설이 포함되어 있다. 신속한 종전을 위해 이 지역에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를 인정할 경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무력을 통한 영토 획득 불가'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특히, 나토 회원국들은 이미 이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으며, 폴란드와 발트 3국은 이것이 러시아의 추가적인 팽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셋째, 실리콘밸리 혁신 문화를 정부 운영에 접목하는 시도다. 드론 배송, 자율주행, 우주산업, AI 등 신기술 분야의 규제 완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연방항공청(FAA)의 드론 규제 완화와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 허가 확대다. 현재 아마존, 구글 등이 추진 중인 드론 배송 사업이 즉시 전국 단위로 확대될 수 있으며,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서비스가 50개 주 전역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미 공화당은 'AI 혁신 촉진법'을 발의해 AI 개발에 대한 연방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들의 자율규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벤처캐피털들은 이 법안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신속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오픈 AI의 범용 AI 개발,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 등에 즉각적인 탄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식품의약국(FDA), 증권거래위원회(SEC),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주요 규제기관들의 기술 기업에 대한 감독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신약 개발, 암호화폐 거래, 5G 네트워크 구축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급진적 규제 완화가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성, 기술 독점 등의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넷째,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와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 등이 국가적 프로젝트로 격상되며 미국의 기술 패권이 강화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2029년 첫 화성 유인 착륙을 목표로 스타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우주 개발 계획과 전기차 산업을 앞서는 규모로, 미국의 기술 패권 수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계획이 한국의 우주·배터리 산업에도 일정 부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우주협력이 강화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등 한국 우주 기업들의 스페이스X 공급망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부문의 경우, 최근 국내 증시에서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엑슨모빌, 쉐브론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IRA의 완전 폐지가 아닌 부분적 수정을 요청한 상황에서, 테슬라의 야심찬 생산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같은 검증된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은 일단 트럼프의 재집권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월가는 사상 최고치의 기록을 세우면서 일제히 이미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월가는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이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연준 리더십 교체 가능성과 연방 법원의 보수화 전망도 시장 친화적 환경 조성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이 '미국식 실험'은 심각한 도전과 우려도 동반한다. 가장 큰 문제는 견제와 균형의 약화다. 행정부와 의회, 대법원까지 보수화되면서 권력 집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기업인 출신들의 정부 진출이 이해 상충 문제를 야기하고, 이것이 경제적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 근본적인 우려는 급진적 정부 축소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이다. 2조 달러 규모의 예산 삭감은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의 80% 이상을 줄여야 하는 수준으로, 의료보험, 사회보장제도 등 복지 프로그램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보호무역 강화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이러한 급진적 변화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차원의 파급효과를 예고한다. 이미 유럽연합은 대응 전략 마련에 착수했으며, 중국은 자국의 우주개발 및 전기차 산업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특히 규제 완화 경쟁이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 경제 질서의 근본적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변화된 미국은 이제 전통적 관료제와 기업가적 혁신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트럼프-머스크-루트닉 트리오의 실험이 성공적인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도전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질서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 새로운 실험의 성패는 효율성 추구와 공공성 유지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미국만의 변화가 아닌 글로벌 정치 지형의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이번 실험이 성과를 거둘 경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복잡한 행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기업가적 리더십을 도입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