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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바꾸는 글로벌 투자지도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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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바꾸는 글로벌 투자지도의 대전환

물리적 기후위험 대응력이 국가와 기업 경쟁력 좌우
네덜란드·유니레버 등 선도기업들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기후 위기에 선제적 대응해야 지속 가능 성장 가능.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기후 위기에 선제적 대응해야 지속 가능 성장 가능. 사진=로이터

기후변화로 인한 기업의 직접적 재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CDP 월드와이드 최신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재무적 영향을 보고한 기업이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는 기후 위기가 미래 위험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경영 리스크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리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은 250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 중 보험 처리된 손실액만 1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극단적 기후 현상으로 인한 기업들의 사업장 파괴, 공급망 중단,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직접 손실이 전체 피해액의 70%를 차지했다.

월가의 얼라이언스베른슈타인(AB)은 기업들이 기후변화의 '물리적 위험'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브루킹스 연구소 분석결과, 2009년부터 2020년까지 기업들의 SEC 연차보고서에서 규제나 기술변화 등 '전환 위험'에 대한 언급은 4건에서 10건으로 증가했지만, 홍수나 가뭄 같은 '물리적 위험' 관련 언급은 2건에서 4건에 그쳤다.

물리적 기후위험은 기업의 사업장 파괴나 생산 차질뿐 아니라 공급망 붕괴, 노동력 이탈, 소비시장 축소 등 복합적인 경로를 통해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의 GDP 대비 기후재난 피해액은 선진국의 3배에 달하며, 특히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최근 플로리다 허리케인, 캐나다 산불, 아부다비 홍수 등이 보여주듯 기후재난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면서 지역별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탄소 배출 규제나 친환경 기술 전환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기업의 물리적 기후위험 노출도와 대응역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컬럼비아 기후 학교의 자연재해지수(NHI)나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개발한 글로벌 물 위험 평가 도구인 글로벌 애쿼덕트 워터 리스크 아틀라스 같은 새로운 평가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지역별, 산업별 기후위험 분석이 정교화되고 있다.

신흥국 시장 취약성은 브라질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GDP의 24%를 차지하는 농업 부문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보니, 농가 대출이 많은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보험분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국가 경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한편, 선제적 대응으로 주목받는 사례들도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GDP의 70%가 해수면 아래 위치한 지리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강을 위한 공간(Room for the River)' 프로그램을 추진해 연간 홍수 피해액을 90% 가까이 감축했다. 특히, 로테르담 항구는 부유식 태양광 발전소, 해수면 상승 대비 항만 인프라 등을 구축해 기후 방지 항구의 글로벌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유니레버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0년부터 '지속 가능한 생활 계획'을 통해 전 생산시설의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고, 취약 지역의 공급망을 재편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기후재난으로 인한 생산중단 사고가 2010년 대비 85% 감소했으며, 농산물 원재료 공급의 안정성도 크게 높아졌다. 지속 가능한 농업 프로그램을 통해 계약 농가의 수확량이 평균 30% 증가했으며, 물 사용량은 25% 감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 달성을 선언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의 물리적 기후위험 대응에서도 혁신을 보여준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데이터센터는 AI 기반 냉각 시스템 도입으로 물 사용량을 95% 줄였고, 해저 데이터센터 실험을 통해 자연재해와 에너지 위험에서 자유로운 차세대 인프라 모델을 제시했다.

이러한 선도기업들의 공통점은 기후위험을 혁신의 기회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향후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바꿀 메가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들의 사업 모델과 입지 전략이 기후위험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투자자들의 자산배분 기준도 이에 맞춰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리적 기후위험에 취약한 지역과 산업은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투자 매력도가 저하되는 반면, 적응력과 회복력을 갖춘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는 위험이자 기회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물리적 기후위험의 현실화에 대비해 더욱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기후변화 적응 시장이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