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런스(Barron's)는 11월 8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의 기사를 통해 경제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들을 제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불편한 관계를 보여온 트럼프 당선인에게 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존중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연준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준 리더십 약화는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시장의 우려는 최근 파월 의장이 트럼프 당선인의 사퇴 요구에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1월 9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고하거나 강등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과거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더 많은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연준이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경제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임을 분명히 했다.
2026년 5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파월 의장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이러한 긴장 관계는 향후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독립성이 흔들릴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정해지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 건전성 확보도 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과제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GDP의 106%를 상회하며, 재정적자는 GDP의 7%에 달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공약을 모두 이행할 경우 재정적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채권 시장은 이미 트럼프의 당선을 예상하며 장기 국채 매도에 나섰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4%까지 상승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 급진적 접근을 경계하고 있다. 강제 추방 단속 강화는 노동력 공급을 제한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첫 임기 때 시행된 가족 분리 정책이 야기했던 사회적 혼란을 상기시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대규모 추방 작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미국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산업에서 이민자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급격한 노동력 감소는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물가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첫 임기 시절 국경에서 이민자 자녀들을 부모와 강제로 분리했던 정책이 야기한 국내외적 비난과 사회적 혼란이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보다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이민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중보건 정책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백신 정책과 공중보건 시스템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영입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경제 봉쇄로 인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경험한 시장은 공중보건 정책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률 저하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 회복이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등의 과학적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온 케네디 주니어를 보건 관련 요직에 임명할 경우, 미국의 전반적인 공중보건 체계가 약화되고 이는 결국 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자문단 구성에도 관심을 보인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기업인들의 조언이 유용할 수 있으나, 그들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걸러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연방정부 지출을 2조 달러 삭감하자는 제안에 대해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첫 임기 중 규제 완화와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번에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배런스는 시장이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안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건전한 재정운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트럼프에 전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