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전면 조사와 함께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기술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고 8일(현지 시각) 에포크타임스가 보도했다.
◇ AI·첨단 반도체 규제 강화 본격화
미 중국공산당하원특별위원회는 11월 7일 글로벌 장비사 5개사(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도쿄 일렉트론, KLA, 램리서치)에 질의서를 발송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대중국 거래 내역을 조사하는 이번 조치는 수출 허가증 취득 내역, 중국 블랙리스트 기업과의 거래 여부, 장비 이전 규모 등을 포함한다.
특히 의회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반도체협회(SEMI)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장비 구매액(190억 달러)은 미국(75억 달러), 한국(62억 달러), 대만(48억 달러)의 합계를 웃돌았다. 성숙공정(28나노 이상) 장비가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점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한국 기업 영향과 대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시안, 우시)에 대해 미국의 장비 수출 예외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들 공장은 양사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중국 관련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언급했으며, 이는 반도체 산업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장비사들도 이미 대응에 나섰다. ASML은 2025년까지 중국 매출 비중을 29%에서 2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향후 규제 강화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 범용·성숙 공정 반도체는 영향 제한적
28나노미터 이상 성숙 공정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램리서치 CFO는 "중국의 구형 기술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KLA, 도쿄 일렉트론도 중국에서 40% 이상의 매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는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AI 반도체 수입은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이는 미국의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며, 향후 더 강력한 통제가 예상된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AI 반도체와 첨단 로직 분야에서는 미국의 기술 동맹에 동참하되, 중국 시장의 범용 제품 사업은 유지하는 방향이다. 특히 중국 현지 공장은 성숙 공정에 집중하는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후보는 이미 1기 행정부 시절 중국에 강경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2기 행정부 출범 시 대중 제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 제재 확대, 투자 제한 강화, 동맹국 참여 요구 등이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차세대 기술 개발과 신시장 발굴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AI 반도체와 첨단 공정 분야의 기술 주도권 확보가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양국의 정책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전략 수립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