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은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통적 TV 네트워크와 신문의 영향력이 급감하는 가운데, 팟캐스트와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여론 형성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 정보 소비 채널의 지각변동
WSJ 보도에 따르면, 에디슨 리서치가 분석한 미국 내 팟캐스트 청취율은 47%를 기록했으며, 35세 미만에서는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틱톡의 경우 일반인 '뉴스 인플루언서'들이 생산한 콘텐츠가 CNN, CBS, NBC 등 주류 미디어의 콘텐츠보다 더 많은 바이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3대 케이블 채널의 선거 시청률은 2020년 대비 32% 감소했으며, CNN의 경우 시청자의 절반 가까이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WSJ 보도에 따르면, 케이블 뉴스의 평균 시청자 연령이 CNN 68세, 폭스뉴스 69세, MSNBC 70세에 달해 젊은 시청자 확보에 실패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 산업 생태계의 변화
시밀러웹(Similarweb)의 데이터를 인용한 WSJ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의 경우 2022년 6월 이후 검색 트래픽이 26% 감소했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입은 52%나 급감했다. CNN.com과 맥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선거 보도 도달률은 1400만 명에 그쳤다고 CNN 측은 밝혔다.
특히 페이스북과 구글의 알고리즘 변화가 뉴스 미디어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 CEO는 WSJ와 인터뷰에서 "틱톡과 인스타그램, 트위터가 디지털 미디어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WSJ는 "세계 각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포털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 새로운 기회와 과제
미디어 환경의 파편화는 정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나,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의 혁신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팟캐스트 산업은 2024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4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급성장과 맞물려 MCN(Multi Channel Network) 산업, 인플루언서 마케팅, AI 기반 콘텐츠 제작 도구, 실시간 번역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의 혁신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메타버스와 AR/VR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시장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디지털 광고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측된다.
전통 미디어는 전문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가 필요하나, 더 중요한 것은 새롭게 형성되는 미디어 생태계가 창출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다.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에 맞춘 숏폼 제작 기술,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크리에이터 지원 인프라 등 관련 산업 전반의 혁신과 성장이 기대된다.
한국의 미디어 환경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지상파 방송3사의 시청률은 5%대까지 하락한 반면, 유튜브 이용률은 91.2%를 기록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의 급성장과 1인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국내 미디어 업계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 제작,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크리에이터 생태계 육성 등이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