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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자본 이탈, 내외부 쌍끌이로 가속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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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자본 이탈, 내외부 쌍끌이로 가속화 우려"

中 자본 도피·글로벌 투자 자금 이탈 동시 심화
트럼프 재집권으로 美·EU 기업 탈중국 가속화 전망

중국에서 자금 이탈 가속화하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에서 자금 이탈 가속화하나.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가 내부 자본 도피와 외국 자본 이탈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12개월간 중국 내부에서 불법 유출된 자금이 2540억 달러에 달했고,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21년 1810억 달러에서 2023년 1020억 달러로 급감했다.

중국의 자본 도피는 2015~16년 부동산 침체기의 2280억 달러를 넘어선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재 중국 경제 규모가 당시보다 훨씬 더 커졌음에도 전체 GDP 대비 자본 도피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 경제에 대한 내부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중국 경제의 심각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다. 2015~16년 당시 중국의 GDP는 약 11조 달러였으나, 현재는 18조 달러를 상회한다. 경제 규모가 1.6배 이상 커졌음에도 자본도피 규모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내부 투자자들의 불신이 그만큼 깊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자본도피의 주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2015~16년에는 주로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자본도피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개인 투자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기업 차원을 넘어 개인의 자산 보전에까지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자본통제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는 것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시장의 판단을 반영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 지방정부 부채 문제, 청년실업률 증가, 소비 부진 등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과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기업가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순환적 현상이 아닌, 중국 경제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 위기로 해석된다.

중국 부유층의 자본 도피는 주로 홍콩과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해외송금을 제한하고 위반 시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이들은 암호 화폐, 미술품 거래,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 다양한 우회로를 통해 자금을 역외로 이전하고 있다. 홍콩 프라이빗뱅크들은 중국 본토 자금 유입이 2022년 대비 3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글로벌 자본의 중국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 투자는 2020년 1240억 달러에서 2023년 780억 달러로 37% 감소했으며, EU의 대중 투자도 같은 기간 890억 달러에서 520억 달러로 42% 줄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과 EU의 대중 투자가 2028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글로벌 자본의 급격한 이탈은 중국의 '세계의 공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과 EU 투자가 4년 만에 각각 460억 달러, 370억 달러나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차이나 리스크'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기지를 인도로 옮기고, 나이키가 베트남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China+1'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대중 관세를 최대 60%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하면서,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생산기지 이전 차원을 넘어선다. 고용 감소와 기술 이전 중단으로 이어져 중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다시 외국인 투자 감소를 부르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EU의 투자 감소는 중국의 기술 혁신과 산업 고도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본 이탈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IMF는 중국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4.8%로 하향 조정했으며, 2030년까지 3%대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대만 침공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10조 달러 규모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어 중국과 교역국 모두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자본 유출이 단순한 경기 순환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위안화 가치 하락과 자산가격 폭락이 다시 자본 이탈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 주택소유자 지원, 주식 매입 등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의 재집권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대중 관세를 현재의 평균 25%에서 최대 60%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첨단기술 수출 통제 강화와 금융제재 확대 가능성은 중국 기업들의 성장 동력을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인구 감소, 청년실업률 증가, 내수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겹치면서 자본 유출 압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러 투자기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025년 잠재성장률을 크게 하회할 수 있으며, 이는 추가적인 자본 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