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AI 혁신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0월 25일 실리콘밸리 연설에서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AI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AI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AI 규제 기조와 차별화된 접근이다.
미국의 AI 투자와 활용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 2023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법률,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 등 전문직 업무의 생산성을 최대 40%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AI 기술이 단순 업무 자동화를 넘어 직원 역량 강화, 인재 육성, 업무 효율화 등으로 확장되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AI 혁신 사례를 조명했다. 존슨앤드존슨(J&J)은 AI 기반 '기술 추론' 시스템을 통해 41개 핵심 기술 영역에서 직원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직원 생산성이 평균 35% 향상됐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들의 AI 스타트업 투자도 2023년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도입도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물류기업 DHL은 'AI 커리어 마켓플레이스'로 내부 인재 육성과 배치를 최적화해 채용 비용을 30% 절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시뮬레이션으로 직원들의 고객 응대 시간을 25% 단축했다.
금융 산업의 AI 혁신은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 보험사 히스콕스는 구글과 협력해 개발한 AI 모델로 보험료 산정과 인수 심사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IBM 컨설팅의 마이클 콘웨이 AI 혁신 책임자는 금융권의 AI 활용이 금융 범죄 탐지부터 규정 준수 평가, 결제 처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초 발표한 '미래직업보고서'에 따르면, AI 프롬프트 엔지니어, 거래 모니터링 전문가, 사이버 보안 전문가, AI 윤리학자 등 새로운 전문 직군이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헬프데스크나 단순 코딩 업무는 상당 부분 AI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4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노동시장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며, AI 역량 격차로 인한 임금 불평등 심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각국은 AI 규제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EU는 내년 초 AI법을 시행하고, 영국은 4월까지 AI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은 규제 완화 기조로 선회할 전망이어서, 글로벌 AI 정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AI 혁신이 가져올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인재 육성 기회를 포착하면서도, 윤리적 고려사항과 인간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 유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 기업의 전략적 도입과 근로자들의 AI 협업 능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트럼프 집권 이후 더욱 가속화될 AI 혁신 속에서, 한국도 이에 대한 체계적 준비와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