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드론의 결합이 전통적인 군사력의 공식을 뒤흔들면서다. 이 변화의 중심에 실리콘밸리 AI 공룡들의 군사 분야 진출이 자리 잡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 임기 동안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첨단 군사기술 개발을 강조했던 만큼, AI와 드론 등 첨단 방산기술 분야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AI 기업들이 군사작전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은 전장에서의 의사결정 최적화, 자율무기체계 개발, 정보분석 고도화 등 군사력의 질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메타는 자사의 무료 오픈소스 AI 기술인 '라마(Llama)'의 군사적 활용을 허용하는 정책 변경을 단행했고, 앤트로픽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 및 팔란티어와 제휴해 미군과 정보기관에 AI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사례다.
같은 시기 오픈AI도 미 공군과 계약을 체결하며 챗GPT의 군사적 활용을 승인했다.
특히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민주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해 군사적·상업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은 AI 기업들의 군수산업 진출이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지정학적 고려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AI와 드론 기술의 결합이 가져올 군사력 균형의 변화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0만 달러 미만의 드론으로도 수천만 달러의 전차나 함정을 무력화할 수 있게 되면서 군사력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재정적 자원이 부족한 군대도 첨단기술을 활용해 강대국과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방산업계의 지형도 역시 크게 바꾸고 있다. 에어로바이런먼트, 록히드마틴과 같은 전통적 방산기업들이 AI 기술을 접목한 무인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앤듀릴 인더스트리스와 같은 신생 기업들도 혁신적인 드론 시스템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AI 기반 드론의 군사적 효용성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되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100만 대의 FPV(First Person View) 드론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변화는 향후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드론의 자율성이 높아지고, 군사작전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드론 기술의 결합은 국방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군사력의 본질과 전쟁의 양상까지 변화시키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새 정권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할지가 향후 글로벌 안보 환경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다만 AI의 군사적 활용에 대한 윤리적 논란과 반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