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대만이 공식 참여국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 협력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11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재정 COP'로 불리는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재정 확대를 위한 새로운 집단적 양적 목표(NCQG) 채택이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의 기후적응과 회복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핵심이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 기여 규모를 둘러싼 이견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아·태지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0년 이후 30% 증가해 2022년 10억 톤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은 지역 내 기후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기후 리더십을 자처하고 있으나, 대만의 선진국-개도국 협력 모델이 더욱 실효성 있는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은 기후 취약국 지원을 위한 재정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마셜제도와 '대만-RMI 기후적응·비상기금'을 설립해 1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태평양 도서국들의 기후적응을 위한 공정전환기금도 계획 중이다.
재난예방 분야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태풍 상습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리핀과 기상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으며, 팔라우와는 가뭄관리·인프라 지원 협정을 체결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태양광·해상풍력 기술을 발전시켜 이웃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 분산화 프로젝트는 COP29의 '글로벌 그린에너지 저장 협약'과 맥을 같이하며, 극한기후 대응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적 제약으로 COP 협상 테이블에는 앉지 못하지만, 대만은 양자·다자간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기후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COP27 이후 글로벌협력훈련프레임워크(GCTF)를 확대해 해양기후변화 국제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지식공유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 주도의 아시아제로배출커뮤니티(AZEC) 등 지역 이니셔티브들이 탈탄소화를 위한 다자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보다 포용적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대만은 재난예방, 재생에너지, 기후금융 분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 및 글로벌 기후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기술·산업 선도국으로서 대만의 경험은 아태지역의 포용적이고 회복력 있는 기후미래를 위한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웬링 투 대만 전사회방위회복력위원회 에너지회복력위원은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COP29는 아·태지역 기후회복력과 지속가능성 증진에 있어 대만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공식 참여는 제한되지만, 실질적인 기여를 통해 지역 기후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만의 아·태지역 기후협력 전략이 한국의 기후외교와 에너지전환 정책에 주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지정학적 제약 속에서도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만의 사례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서 중견국 한국의 역할 모색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다.
"대만이 보여주는 기술·산업 중심의 실용적 기후협력은 한국의 그린뉴딜 정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한국기후변화연구원 관계자는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현대화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대만의 재난예방 시스템도 한국에 유용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반도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로, 대만의 조기경보체계와 재난대응 인프라는 한국의 기후회복력 강화에 참고할 만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만의 지역 맞춤형 기후금융 전략이다. 마셜제도, 팔라우 등과의 협력사례는 한국이 추진 중인 그린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 관계에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협력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본 주도의 아시아제로배출커뮤니티(AZEC)를 보완하는 새로운 협력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양국은 상호보완적인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배터리·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에서, 대만은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재난관리 시스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결합하면 아·태지역의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중국 요인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협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국제관계연구소 관계자는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대만의 기후협력 전략은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지정학적 제약을 극복하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대만의 접근법은, 한국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기후외교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양국 간 기술·산업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의 기후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