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황이핑(黃益平) 베이징대 교수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한 중국 경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 안정화와 '중국판 마셜플랜' 추진 등 파격적 제안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황이핑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비해 중국은 내수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는 한편, 개방적이고 다자간 세계 무역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교수는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6조 위안(약 8381억 달러)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 스와프 프로그램에 대해 "즉각적인 압박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중앙정부가 적자 비율을 높여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고, 민간 부문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 그린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구상도 제시했다. 이는 미국의 마셜플랜을 모델로 한 것으로, 개발도상국의 녹색 전환을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중국의 과잉 생산 능력 해소, 개도국과의 협력 강화, 국제적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한 디플레이션 위험도 경고했다. 가계, 기업,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대차대조표가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총수요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금융 초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사우스 그린 개발 프로그램에 위안화를 적극 활용하고, 해외 위안화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황 교수의 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중국의 내수 시장 활성화는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소비재, 엔터테인먼트, IT 서비스 등 한국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글로벌 사우스 그린 개발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기술 등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자본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위안화 국제화 가속은 한국 금융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위안화 거래 증가로 원화 가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국내 금융기관들의 위안화 관련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험 요인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중국의 내수 진작 정책이 자국 기업 보호로 이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술 유출 위험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도 우려된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 전략 변화는 한국에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제공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해 분야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경제협력위원회를 통해 양국 간 호혜적 발전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며 "특히 기술 보호와 시장 접근성 개선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