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시작되어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유럽 최대 기술 컨퍼런스 웹 서밋이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개최된다.
160개국에서 7만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오픈AI,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의 기조연설과 함께 400여 개 AI 스타트업들의 기술 시연이 예정되어 있다.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불참 속에 AI 스타트업들의 혁신 경쟁이 이목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만남의 장으로 자리잡은 이 컨퍼런스는 그간 스트라이프(결제), 우버(모빌리티), 트랜스퍼와이즈(핀테크) 등 수많은 유니콘 기업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의 독식 구도 속에서, AI 스타트업들의 생존 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고 11일(현지 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 심화되는 진입장벽, AI 개발의 비용 문제
◇ 빅테크의 투자와 인수, 양날의 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유망 AI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를 단행하고 있다. 앤트로픽이 아마존으로부터 4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사례나, 캐릭터닷에이아이가 구글과 20억 달러 규모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2023년 들어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인수 규모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5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스타트업에게 생존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새로운 생존 전략의 모색과 성공 사례
이러한 환경 속에서 AI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독점 언어모델과 오픈소스를 결합한 AI 검색엔진으로 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캐릭터닷에이아이는 AI 캐릭터 기반 챗봇 서비스로 월간 활성 사용자 500만 명을 확보하며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반면 AI 기반 모델 개발에 집중했던 스태빌리티AI는 자금난으로 인수합병(M&A)을 모색 중이다. 이는 거대 자본이 필요한 기반 모델 개발보다는 실용적인 응용 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 유럽 AI 생태계의 현주소와 도전
유럽 AI 생태계는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영국의 딥마인드, 프랑스의 미스트랄AI, 독일의 알레프알파 등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 기업들에 비해 규모면에서 열세다. 유럽연합(EU)의 'AI 법' 등 선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도 불구하고, 투자 규모면에서 2023년 기준 미국(약 500억 달러)의 1/3 수준인 170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다만 유럽은 AI 윤리와 책임있는 AI 개발을 강조하는 한편, 각국 정부와 EU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25년까지 AI 스타트업 육성에 25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은 'AI Made in Germany' 전략을 통해 제조업 분야의 특화된 AI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반 모델 개발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과 자금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의 영역이 될 것이며, 나머지 스타트업들은 틈새시장이나 응용 서비스 분야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한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과 산업-연구기관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료, 제조, 기후기술 등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의 특화된 AI 솔루션 개발이 유럽 AI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AI 산업의 성패는 기술력과 자금력의 균형있는 확보에 달려있다. 이번 웹 서밋은 AI 혁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빅테크와 스타트업 간 상생 협력, 정부의 전략적 지원, 그리고 윤리적 가이드라인 확립을 통한 건전한 AI 생태계 조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