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미군 현주소와 리더십 쇄신 움직임
미국의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트레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현재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미 육군은 모병 목표의 75%만 달성했으며, 해군은 함정 부족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군은 노후 항공기 교체 비용 부담으로 '끔찍한 20년대'를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정권 인수팀은 보다 과감한 군 개혁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인 측은 '전사위원회(Warrior Committee)' 설립을 통한 군 고위층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퇴역 군 장교들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3성과 4성 장성들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필수 리더십 자질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인사들의 해임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 트럼프의 군사혁신 청사진, 기술혁신과 리더십 개혁의 투 트랙
둘째는 군 리더십의 전면적 쇄신이다. WSJ가 입수한 행정명령 초안에 따르면, '전사위원회'는 1940년 조지 마셜 장군이 도입한 '플러킹 보드(Plucking Board)' 제도를 모델로 한다. 당시 마셜은 이 제도를 통해 유능한 젊은 장교들의 진급을 가로막는 고위 장성들을 과감히 퇴역시켰다. 트럼프는 특히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실패와 관련된 장성들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 군수산업 기반 강화와 동맹국 압박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위원회는 주요 방산물자 국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군수산업 기반의 취약성 극복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레이시언·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업체들과 장기 조달 계약이 확대되고 있으며,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 감소를 위한 공급망 다변화도 추진되고 있다.
◇ 한국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등 대책 서둘러야
트럼프의 군사혁신은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인 지난달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백악관에 있었다면 한국은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했을 것"이라며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이라고 불렀다. 이는 현재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의 약 9배에 이르는 규모다.
실제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당시 연간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고, "일단 20억 달러로 인상한 뒤 이듬해 다시 50억 달러를 요구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시 협상은 난항을 겪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야 13% 인상안으로 타결됐다. 트럼프는 이를 두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헤리티지재단의 'Project 2025' 보고서 역시 현재 약 12억 달러 수준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과 장비를 더 많이 도입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협력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트럼프 군사혁신은 '패러다임 전환'
트럼프의 군사혁신은 단순한 예산 증액이나 장비 현대화를 넘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전사위원회' 설립을 통한 군 리더십 쇄신 시도는 미군의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개혁이 군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체계적 대응 논리 개발 △한국형 군사혁신 프로그램 수립 △한·미 국방과학기술 협력 강화 등 선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한미동맹이 전통적 안보협력을 넘어 기술·산업·리더십 협력으로 진화해야 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