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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아프리카 철도 패권 놓고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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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아프리카 철도 패권 놓고 '격돌'

"희토류·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인프라 경쟁 본격화"

미·중, 아프리카에서 경쟁 과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아프리카에서 경쟁 과열.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의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철도·항만 인프라 구축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특히 미국이 '로비토 회랑' 개발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에 정면 도전장을 내면서 새로운 양상의 미·중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 미국, '로비토 회랑' 개발로 중국 견제

1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앙골라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해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잠비아를 거쳐 인도양까지 이어지는 '트랜스아프리카 철도' 건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른바 '로비토 회랑'을 통한 아프리카 횡단 철도망 구축이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는 DRC 구간 벵겔라 철도 개보수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잠비아 구간 연장에도 비슷한 규모를 지원했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응하기 위해 G7이 추진하는 6000억 달러 규모 글로벌 인프라 투자의 일환이다.
홍콩대 오스틴 스트레인지 교수는 "로비토 회랑 개발은 미국과 유럽이 주요 광물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 광물 자원 확보 경쟁 치열


이런 미·중의 각축은 아프리카의 풍부한 광물 자원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세계 주요 광물 매장량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EU는 앙골라, 잠비아, 탄자니아, 그리고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DRC의 공급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이들 국가의 광물 대부분이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 선두 주자인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넬슨 만델라 공공거버넌스스쿨의 카를로스 로페스 교수는 "미국의 로비토 회랑 개발은 중국의 물류 우위를 약화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 중국의 선점 효과 여전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이미 벵겔라 철도 재건에 참여했으며, 중국 기업이 철도 서비스와 물류 운영권을 30년간 확보했다.

또한, 중국은 잠비아 코퍼벨트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항을 잇는 '타자라 철도' 보수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 철도는 1970년대 중국이 건설한 최대 규모의 아프리카 원조 프로젝트다.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은 아프리카에 총 1823억 달러를 대출했으며, 이 중 460억 달러가 앙골라에 집중됐다.

◇ "아프리카 이익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미·중 경쟁이 아프리카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경계의 목소리도 낸다.

베이징대 자다오중 교수는 "철도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며 "로비토 회랑을 서방의 전유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대 스트레인지 교수도 "강대국 경쟁이 자금 조달과 같은 실질적 과제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킬 수 있다"며 "중국, 미국, 기타 외국 주체들이 서로 투자하고 경쟁하며 배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아프리카 광물 자원 확보 경쟁이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 "공급망 다변화 기회"


한국자원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의 로비토 회랑 개발은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자원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코발트, 니켈 등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가 용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은 주요 광물 자원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중국을 통한 수입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니켈도 60% 이상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 한·미 협력 가능성 확대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프렌드쇼어링'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이 로비토 회랑을 통해 구축하는 새로운 물류망은 한미 동맹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배터리 3사와 현대차, 삼성SDI 등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예측했다.

◇ 중국 견제 리스크도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을 의식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이 이미 아프리카 자원 개발과 인프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미·중 갈등에 휘말리지 않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부 지원 확대 필요


업계는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도 요청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협회 관계자는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리스크가 따르는 만큼, 정부의 금융·외교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말까지 '해외자원개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으로 ▲아프리카 자원 개발 펀드 조성 ▲현지 정보 수집·분석 강화 ▲자원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자원 확보를 넘어 현지 국가들과의 상생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인프라 개발, 기술 이전, 인력 양성 등 포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