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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아시아 제조업 지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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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시대, 아시아 제조업 지도 바꾼다

"중국+n 전략으로 새로운 기회... 한국 기업 대응 전략 시급"

트럼프 2.0, 아시아 제조업 지도 바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2.0, 아시아 제조업 지도 바뀐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아시아 제조업 지형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전역으로의 생산기지 다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12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미국 무역 정책의 큰 변화가 예고된다.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은 물론 베트남, 멕시코 등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미무역협회 존 매디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 부활보다는 아시아 내 제조업 재편을 촉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존의 '중국+1' 전략이 '중국+n' 전략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이 대미 무역 흑자로 인해 관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들의 제조 인프라와 숙련된 노동력이 새로운 투자처로서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며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거대한 내수 시장과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조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터키 역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생산 기지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제조 생태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홍콩무역발전국의 장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첨단 기술력과 공급망 네트워크는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는 자산"이라며 "중국과의 전략적 통합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조언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러한 변화가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풍부한 해외 진출 경험과 기술력이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한국 기업의 핵심 대응 전략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생산기지 다변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베트남을 넘어 인도, 인도네시아로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거점 구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히 중견·중소기업들도 정부 지원을 활용해 생산기지 다변화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둘째, 현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신흥국 파트너십 구축 가이드'를 발간하고, 현지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지 기업과의 협력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정치적 리스크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환율 변동, 관세 위험,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공급망 다변화와 연계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넷째, 기술 경쟁력 강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기술 경쟁력이 높은 기업일수록 무역 장벽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SK하이닉스 등은 R&D 투자를 확대하며 기술 격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은 역설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산업 고도화와 경제 통합을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는 위기이자 기회"라며 "준비된 기업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 내 다층적 생산 네트워크 구축은 무역 제한에 대한 탄력성을 높이는 동시에, 역내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세계화를 억제하려는 보호무역 정책이 오히려 아시아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