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영 전문지 배런스도 12일(현지시각)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를 인용해 민주당 지지 성향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EU 시민권 취득이 급증하면서, 미국 민주주의와 경제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위기감의 표출을 넘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6%가 "미국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유럽과 카리브해 국가들의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EU의 제도적 안정성이 결정적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U는 개별 회원국의 정치적 변화와 무관하게 기본권과 재산권이 보장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카리브해 국가들이 제공하는 20만~25만 달러 수준의 시민권은 비용 면에서 유리하지만, 장기적 안정성과 활용도에서 EU에 크게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자본 이탈 움직임은 단순한 정치적 항의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패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내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숙련 전문인력과 혁신 기업가들의 이탈은 미국의 기술 우위와 경제적 리더십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탈을 고려하는 이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가,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 바이오테크 연구자 등 미국 혁신 경제의 핵심 인재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이끄는 자본과 기술의 유출은 멀리보면 미국의 혁신 역량과 세수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장 대규모 엑소더스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이주 실행률이 5% 미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이러한 이탈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이민 정책 강화, 기술 기업 규제 강화 등 트럼프 2기 정책이 구체화되면 고숙련 인재들의 이탈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