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표적 친환경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번 결정으로 현대차, 기아,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전략과 성장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 세제 혜택 폐지로 인한 시장 재편 가속화
현행 IRA는 일정 소득 기준(개인 15만 달러, 가구 30만 달러 이하)을 충족하는 구매자에게 신형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 중고 전기차는 최대 40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북미 최종 조립 차량 우대와 함께 배터리 핵심 부품의 중국 의존도 감축을 위한 원산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 기업별 명암 갈리는 새로운 국면
이번 정책 변화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예상과 달리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휘스턴 애널리스트는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의 고문 역할을 한다 해도 전기차 크레딧 유지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의 독보적인 시장 지위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2023년 3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약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텍사스 기가팩토리 가동으로 연간 1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반면 포드와 GM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는 2023년 3분기 전기차 부문 적자를 기록했고,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50% 감축했으며, GM도 전기차 출시 일정을 조정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 방안
한국 기업들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조지아주 전기차 생산기지,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삼성SDI의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 등 대규모 투자 계획들이 IRA 인센티브를 전제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급격한 정책 변화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IRA 관련 투자의 상당수가 공화당 지역구에서 진행 중이며, 1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이미 에너지 세액공제 유지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생산계획의 탄력적 운영이 시급하다.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량 조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생산라인을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원가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배터리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생산 공정의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특히 세액공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에 대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 속도를 개선하는 등 소비자들의 핵심 관심사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배터리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시장 전망과 과제
투자은행들은 2025년 미국 전기차 시장이 당초 전망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환경 규제 강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기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투자 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