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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위험한 실험, 충성파로 채우는 권력의 심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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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위험한 실험, 충성파로 채우는 권력의 심장부

군부·법무·정보기관 수장에 '자격 미달' 인사 지명 논란, 미국 민주주의 근간 흔들려

트럼프의 응시, 충성파 내각 향한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의 응시, 충성파 내각 향한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파괴적 혁신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주요 내각 인선이 발표되면서 그동안 '과도한 우려'로 치부되던 진보진영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1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일련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내각 구성은 단순한 인사권 행사를 넘어 미국의 핵심 제도와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법무부, 국방부, 정보기관 등 국가 안보의 핵심 부처에 대한 파격적 인선은 이들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가 군 통수권자로서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국방장관에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하고 '전사위원회' 설치를 검토하는 등의 움직임이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찰스 Q. 브라운 합참의장 등 현 군 지도부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 가능성은 미국의 민군관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군부 장악 시도의 위험성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헤그세스는 군 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전면 부정하고, 여성의 전투직 보직을 반대하며,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왔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퇴역 장교들로 구성된 '전사위원회'를 설치해 3성·4성 장군의 해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마이클 플린이나 앤서니 타타와 같은 트럼프 충성파들이 군 지도부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으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치주의 수호의 최후 보루인 법무부의 독립성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맷 게이츠의 법무장관 지명은 정적 탄압의 도구로 법무부를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직 법무장관들은 이러한 시도가 정치적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법무부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무부 독립성 침해에 대한 우려는 게이츠의 이력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게이츠는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법무부 조사를 받은 바 있으며, 성추행과 마약 사용, 부적절한 선물 수수 등의 혐의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다가 의원직을 사퇴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트럼프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게이츠를 지명했다는 점이다. 이는 법무부를 정치적 보복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전직 법무장관들은 이것이 1789년 사법법이 규정한 "법에 정통한 사람"이라는 법무장관의 기본 자격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보기관의 독립성도 위험에 처했다. 러시아와 시리아 독재정권에 우호적인 털시 개버드를 국가정보국장으로 지명한 것은 미국의 정보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동맹국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적대국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보기관 독립성 침해 우려는 개버드의 과거 행적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개버드는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를 옹호하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다. 애틀랜틱의 톰 니콜스가 지적했듯이, "개버드의 견해를 가진 사람은 미국 정보의 왕관 보석 근처에도 들어갈 수 없어야 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그녀가 NATO와 러시아에 대한 극단적 견해로 인해 미국의 정보동맹 체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역량의 약화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상원 인준절차가 마지막 방어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휴회 임명 등 헌법적 권한을 활용해 상원의 견제를 우회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원의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두 가지 현실적 고려에서 비롯된다. 첫째,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의 부적절한 인선에 반대할 정치적 의지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시기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 반대를 꺼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트럼프가 게이츠뿐만 아니라 헤그세스, 개버드, 케네디 주니어 등 다수의 논란적 인사를 동시에 지명함으로써,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모든 후보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더욱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가 상원의 인준 거부를 우회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이미 의회가 휴회 시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의회를 휴회할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경우 휴회 기간 중 임명권을 행사함으로써 상원의 인준 절차를 완전히 우회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원칙을 무력화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트럼프의 내각 구성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에 대한 의회와 시민사회의 적극적 견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는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시험하는 동시에, 향후 미국의 정치적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