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도 AI 강풍이 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각) 할리우드가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이라는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헝거게임'과 '존 윅' 시리즈로 유명한 라이온스게이트 엔터테인먼트가 AI 스타트업 런웨이와 맺은 전략적 제휴가 그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메이저 스튜디오가 자사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는 첫 사례다. 라이온스게이트의 영화그룹 시각효과 책임자인 브리아나 도몬트는 "이번 계약이 영화 제작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특히 저예산 영화들이 대작 수준의 시각효과를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도입이 영화 제작 비용을 크게 절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라이온스게이트의 마이클 번즈 부회장은 "AI 기술 도입으로 수백만 달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인앤컴퍼니의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프랙티스 글로벌 책임자인 안드레 제임스는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더빙과 자막 제작 분야에서만 26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편집자이자 감독인 존 더드코프스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특수효과 제작을 훨씬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시각효과 전문가 에반 할렉도 "AI 도구로 며칠이 걸리던 작업을 수 시간으로 단축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AI 도입에 따른 저작권 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배우조합(SAG-AFTRA)과 작가조합(WGA)은 지난해 파업 과정에서 AI 사용에 따른 창작자 권리 보호를 주요 의제로 다룬 바 있다. SAG-AFTRA의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 수석 협상가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배우가 동의하고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경우에 한해 AI 기술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WSJ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지난 2월 AI 기술을 활용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공개했을 때 예술가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디렉터 타이키 사쿠라이는 당시 ‘회사는 인재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장의 산업 노동조합들은 AI가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체 규모나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 아직 공신력 있는 통계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제이슨 블룸 CEO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AI는 진정한 창작보다는 모방과 재조합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미디어 투자 전문가 로이 메이롬은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창작자들의 역량을 높이는 보완재가 될 것"이라며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WSJ는 디즈니와 파라마운트 등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들도 AI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적극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베인앤컴퍼니의 제프 카진 파트너는 "할리우드가 AI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창의성을 보존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