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트럼프 2.0 시대의 감세정책과 전기차 세제혜택 축소 우려가 겹치면서 소비시장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미국의 금융투자 관련 웹사이트 모틀리 풀 머니가 보도했다.
모틀리 풀 머니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미국의 총 가계부채는 17조943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10만4215달러로 2020년 대비 11% 증가했다. 신용카드 부채도 1조166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연체율은 8.8%를 나타냈다. 이는 팬데믹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소멸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자동차 대출 시장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자동차 대출 부채는 1조6440억 달러로 비모기지 소비자 부채 중 최대 규모다. 신차 구매의 80%가 대출로 이뤄지는 가운데, 월평균 상환액은 736달러를 기록해 4년 전 대비 30% 상승했다. 30일 이상 연체율은 8.12%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90일 이상 연체율도 4.59%까지 상승해 장기 연체가 증가하는 추세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감세정책이 단기적으로 소비를 진작할 수 있으나, 현재의 높은 가계부채 상황에서 오히려 부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전기차 세액공제 축소 등 친환경 정책 후퇴는 자동차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대별 부채 현황은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X세대의 평균 신용카드 부채가 8870달러로 가장 높고, 밀레니얼 세대 6274달러, Z세대 3148달러 순이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는 자동차 할부금과 대출 만기 집중으로 연체 증가의 주요 당사자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의 주축인 이들 세대의 부채 부담 증가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자동차 산업을 넘어 제조업과 소비재 시장 전반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신차 평균 가격은 4만8297달러로 10년 전 대비 49% 상승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32.9%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전기차 세제혜택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자동차 산업의 수요 위축을 넘어 관련 부품업체와 딜러십 등 연관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신중한 정책 운용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발언을 통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도 그 속도와 폭은 제한적일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상환 비율이 11.5%인 상황에서, Fed는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6%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Fed의 정책 운신의 폭은 제한적이다. 트럼프의 감세정책과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인플레이션 재점화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Fed의 정책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는 가계부채 증가, 소비 위축, 정책 불확실성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Fed의 정책 대응이 향후 경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린 가계부채 문제는 미국 경제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