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의료 분류 챌린지는 AI와 인간의 협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희망찬 미래상을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가 18일(현지 시각) 보도한 이번 대회는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간 능력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조지아주에서 진행된 이 혁신적 실험에서는 드론과 로봇이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드론이 먼저 현장을 스캔하여 지도를 작성하고, 로봇이 첨단 센서와 카메라로 환자들의 생체신호를 감지하며,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은 미래 재난 대응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DARPA 측은 의료 분류 분야가 수세기 동안 큰 혁신 없이 정체되어 있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는 현장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신속하고 정확한 환자 분류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AI 기술의 도입은 현장의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챌린지는 830에이커(약 100만평) 규모의 군사훈련 시설에서 진행됐다. 시설 내에는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의 뉴올리언스를 재현한 침수 지역, 워싱턴 D.C.의 포토맥 메트로 역 모형 등 다양한 재난 상황이 구현됐다. 참가 로봇들은 도심 차량 폭탄 테러, 전쟁터, 비행기 추락 등 극한의 상황에서 의료 분류 능력을 시험받았다.
특히 현실감 있는 시뮬레이션을 위해 배우가 특수 분장으로 실제 부상을 재현하고,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마네킹들이 출혈이나 경련,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표현했다. 첨단 이벤트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들은 목의 미세한 맥박 변화까지 감지했고, 적외선 센서를 탑재한 로봇들은 어둠 속이나 전복된 차량 아래에서도 환자의 호흡과 체온 변화를 정확히 포착해냈다.
팀의 성과는 DARPA 전문가들이 공식 의료 데이터와 대조하여 평가했으며, 우수한 성적을 거둔 팀들은 내년에 실전 의료진들과 함께하는 후속 단계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챌린지 특징은 참가자들의 다양성에서도 돋보였다. 인도 델리의 대학생팀부터 방위산업체 레이시온까지, 전 세계에서 모인 혁신가들은 AI 기술 발전의 민주화와 글로벌화를 입증했다. 이는 자율주행차 산업의 발전을 이끈 DARPA의 이전 챌린지들처럼,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 혁신은 의료 분야를 넘어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과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금융, 제조, 물류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 센서 기술,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이 유망 분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노인 간호 로봇 사례에서 보듯, 아직 AI가 인간의 공감 능력과 판단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AI와 인간이 각자 강점을 살려 협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DARPA의 이번 챌린지는 바로 이러한 상보적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향후 AI 기술은 더욱 발전하겠지만, 핵심은 인간과 조화로운 협력에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인간과 기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시장과 투자자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AI 기술과 관련 산업의 발전 방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