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행정부의 가전제품 에너지 효율성 규제가 이미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아 정권 교체에도 쉽게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전제품 효율성 기준은 연간 1800만 대의 자동차나 22개의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경제적 효과도 크다. 평균 미국 가정은 연간 107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기업들은 총 20억 달러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본 브리프 최근 분석은 트럼프 재집권이 기후변화 대응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2030년까지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바이든 정부 시나리오보다 40억 톤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EU와 일본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규모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율성 기준이 산업계에 깊이 뿌리내렸고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어지면서 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가전제품과 건물 효율성 향상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핵심 수단으로 꼽았다. 미 환경보호국도 자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건물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하며 효율성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가전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미국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 특히 히트펌프 기술,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고효율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의 에너지스타 인증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강화된 환경 기준 속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제도적 장치도 환경 정책의 연속성을 뒷받침한다. 1975년 제정된 에너지정책보존법의 '반후퇴 조항'은 한번 시행된 효율성 기준이 후퇴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현재의 정치 구도에서 이 조항을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환경규제는 이제 정부 정책을 넘어 시장 필수 요구사항이 되었다.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 선호와 기업의 선제적 투자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