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승리 이후 진행되는 권력 이양 과정이 전례 없는 '파괴적 혁신'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기존 인수인계 관행과 절차를 전면 부정하며 연방정부를 장악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총무처(GSA)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윤리서약 서명도 미루는 등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기본적 절차마저 무시하고 있다. 특히 FBI의 인사검증을 우회하고 사설 변호사를 통한 독자적 검증을 추진하는 등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인수인계 행태는 국가 안보와 행정의 연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FBI의 정식 신원조회 없이 인사 검증이 이뤄질 경우, 잠재적 안보 위험이나 이해상충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국방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피트 헤그세스의 과거 성폭행 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크리스 밴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은 "FBI의 인사검증을 우회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모한 시도"라며 "국가 기밀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당적 비영리단체인 공공서비스파트너십의 맥스 스티어 회장도 "정부를 사적 의제의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파격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부터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까지 세계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국무부 관리들과 정부 통역사들이 배제됐다. 이는 대화 내용에 대한 공식 기록이 남지 않아 향후 분쟁 발생 시 검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통화는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대니얼 프리드 전 외교관은 크렘린이 통화 사실을 부인했을 때 공식 기록이 없어 트럼프 측이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하면 비용이 든다. 사람들은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은 정책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승리 이후 220만 명의 연방 공무원에 대한 감독권 이양 절차를 무시하고, 수천 명의 공무원 해고와 수십억 달러의 지출 삭감을 예고한 것이 주목된다. 또한, 정부 기관들을 워싱턴 밖으로 이전하거나 일부 부서를 폐쇄하고, 다수의 공무원을 정치적 충성파로 교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러한 급진적 변화는 연방정부의 정책 수립과 집행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적대적 인수'가 정부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미 재무부와 연준 등 금융당국에도 바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은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도 트럼프의 이례적인 권력 이양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아티클 3 프로젝트의 마이크 데이비스 회장은 "이는 미국 국민을 대신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라고 규정했다. 월터 샤우브 전 정부윤리국장은 "이해상충 문제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을 경우 외국 세력을 포함한 외부 영향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파격적 권력 이양이 미국 정치와 행정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 불가리아 대사였던 에릭 루빈은 "140년 동안 지켜져 온 대통령 정권 교체의 불문율을 대대적으로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원활한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