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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 배터리 기업에 기술이전·환경기준 강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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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 배터리 기업에 기술이전·환경기준 강화 요구

유럽연합(EU)이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2024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EU)이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2024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전망이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이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를 2024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각) 인도 퓨네 뉴스는 EU가 중국 기업들에게 10억 유로 규모의 기술이전과 환경기준 강화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규제책을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규제는 저가 공세로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온 중국 배터리 기업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유럽 배터리 산업의 자생력 확보를 겨냥한 투트랙 전략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대규모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조치가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유럽 배터리 산업 생태계 재편을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2030 배터리 산업 로드맵'에 따르면, EU는 2025년까지 세계 배터리 시장의 25%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번 규제는 중국 기업 견제와 함께 자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EU가 도입하는 새로운 규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CATL, 엔비전 에너지 등 중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10억 유로 규모의 기술이전을 의무화한다. 배터리 제조 공정, 소재 기술, 품질관리 시스템 등 핵심 기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사실상 중국 기업들의 유럽 진출을 막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고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우려했다.

둘째, 환경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EU는 신규 배터리 규제를 통해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 저감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생산에서의 재생에너지 활용과 재활용 체계 구축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EU의 새로운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추가 투자와 시설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셋째, 정부 보조금과 원가 구조의 투명한 공개다. EU는 역내 배터리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가격 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투명성 요구가 불공정 경쟁을 방지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배터리 산업계에서도 이번 규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노스볼트(스웨덴), ACC(프랑스) 등 현지 배터리 제조사들은 역내 산업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산업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EU의 규제 강화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EU의 환경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재무 투명성도 확보했다. 특히 폴란드, 헝가리 등에 현지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친환경 생산체계를 구축해온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BMW,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현지 배터리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R&D 센터 설립과 기술 협력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다만 장기적 과제도 존재한다. EU의 '유럽 배터리 동맹' 프로그램에 따르면, 2030년까지 100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통해 배터리 산업의 자체 생산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노스볼트, ACC 등 역내 기업들의 투자도 확대되고 있어, 향후 유럽 시장에서 역외 기업들의 사업 환경에 새로운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계는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현지 R&D 인력 확충과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한편, 친환경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 체계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EU의 새로운 규제가 2024년 12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유럽 배터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술력과 친환경성을 갖춘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 전반의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