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이 결정된 가운데, 새 행정부는 2025년 1월 출범 초기부터 의회 장악력 약화라는 예기치 못한 도전에 직면할 전망이다.
배런스는 20일(현지 시각)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하원에서 안정적인 다수당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의 하원 장악력은 현재도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공화당은 현재 하원 435석 중 218석을 간신히 확보한 상황이지만, 더 큰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가 지명한 맷 게이츠(법무장관), 마이크 왈츠(국가안보보좌관), 엘리스 스테파닉(유엔 대사) 등 3명의 하원의원들이 행정부 요직으로 이동하면서 의석수는 217석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새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2025년 초에 처리해야 할 긴급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연방정부 예산안과 부채한도의 상향 조정은 시급한 과제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12월 만료되는 현 연방예산안 단기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부채한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재무부가 일시적으로 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설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의 핵심 공약 이행이다. 이민자 추방 강화를 위한 추가 예산, 전면적 관세 부과 계획, 4조6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 정책 연장 등 주요 정책들은 모두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불안정한 의석 구도에서는 이러한 정책들의 순조로운 추진을 장담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정책 지연을 넘어 광범위한 파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민정책 표류는 노동시장 불확실성을, 관세정책 지연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감세정책 불확실성은 기업투자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 가치와 미국 자산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의 전략적 견제도 변수다. 하킴 제프리스가 이끄는 민주당은 기본적인 국정 운영에는 협조할 수 있지만, 트럼프의 핵심 정책에 강력히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불참시 민주당이 일시적으로 하원 통제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있어, 의회 운영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불안정한 의회 구도는 최근의 전례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퇴임하는 118대 의회에서도 공화당 내부 분열로 인해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선출에 15차례나 투표가 필요했고, 결국 그마저도 2023년 10월 자당 의원들에 의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욱이 연방예산안과 부채한도 상향 조정과 같은 주요 법안들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통과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민주당은 자당 지지층의 강력한 반트럼프 정서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 이민정책이나 대중국 무역정책과 같은 핵심 이슈에서는 한층 더 강경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채한도 협상 과정에서의 교착 상태는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보호무역 정책 추진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교역 질서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에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는 한미 동맹관계와 교역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이 정치적 교착으로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할 경우,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무역확장법 적용 여부에 따라 대미 수출 환경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수출 전략 재검토로 이어질 수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반도체법 관련 정책의 이행 과정에서도 변수가 존재한다. 의회 교착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들의 세부 이행 방안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 향방도 주목해야 할 요소다. 향후 미중 관계의 전개 양상에 따라 한국은 통상 정책에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간재 비중이 높은 한국의 수출 구조를 고려할 때, 양국 관계 변화에 따른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보다 정교한 대응 전략 수립을 요구한다. 특히 주요 산업별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재집권은 예상보다 험난한 출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미국 내 정치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와 한국의 경제안보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와 기업은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구체적인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